수출입銀 亞 최초 리얄화 채권 발행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진정성을 갖고 다가서니 그들도 우리를 믿어 주더라. 끊임없이 협력관계를 맺고,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해 있는 점을 어필한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수출입은행이 지난 24일 2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얄화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아시아 금융기관 중에서는 최초다.
김용환 수은 행장이 직접 나서 발로 뛰며 자금 유치 전반을 지휘했다. 중동 국가 9개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70여차례의 투자자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꾸준히 네트워크 강화에 치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 행장은 지난 IMF 총회 등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동계 은행의 경영진들을 만나 중동자금 확보에 힘썼다.
김 행장은 25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중동 지역 금융기관들이 수은에 대한 믿음이 높다"며 "향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카타르 등의 국가에서 추가적으로 중동계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채권 발행 규모는 7억5000만 리얄(미화 2억달러 상당)로, 지난 2009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발행한 이후 최대 규모다.
리얄화 채권 발행은 세계 유명 금융기관들에게도 '하늘의 별 따기'다. 외국계 금융기관이 리얄화 채권 발행에 성공한 사례는 지난 2008년 JP모건과 라보뱅크(각각 7500만달러), 지난 2009년 IBRD(10억달러)로,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도 발행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셨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입은행이 중동계 자금 유치에 성공한 것은 의의가 크다. 중동 자금 유치를 위한 '수쿠크법'이 종교계의 반발에 부딪혀 국회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것. 중동계 자금 확보에 나서는 타 한국계 기관에도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행장은 "사우디 증권감독 당국(CMA), 중앙은행(SAMA)의 승인을 모두 받아내기 위해 6개월간 고생했다"며 "수쿠크 채권이 아닌 일반시장에서 조달을 하다 보니, 어렵고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