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고객 36% 수입차 탔던 사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현대자동차가 수입차 대응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 현대차의 프리미엄 모델에 대한 수입차 고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달 초 이 회사 국내영업본부는 프리미엄 모델인 제네시스 판매 자료 분석 결과에 크게 들썩였다. 전체 구매 고객 중 36%가 수입차 고객이라는 결과 때문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판매대수가 약 2만여 대인데, 이 중 7200여 대가 수입차를 보유하거나 전력이 있는 고객에게 판매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조사에서 10% 중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일 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국내 3000cc급 이상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규모가 연간 2만5000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국내영업본부 관계자는 "36%에 달하는 수입차 고객이 다시 현대차를 선택했다는 의미"라면서 "그만큼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결과에 무척 고무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에쿠스ㆍ제네시스 할인 및 시승 이벤트를 실시하기 시작했는데,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라는 후문이다.
현대차는 이번 조사결과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올 들어 추진한 대고객 서비스 및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되는 첫단계라는 점 때문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수입차에 뺏긴 시장을 다시 찾아오라는 주문을 내렸는데 그 결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수입차에 안방시장을 내주고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소득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BMW나 벤츠 고객이 무조건 수입차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 차종을 경험한 고객들이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그만큼 품질이 확보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입차 구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수입차에 대한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수입차고객을 다시 끌어들이는 전략을 고수키로 하고 내년부터 수입차 대응 범위를 현재 프리미엄차종에서 전체 차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대형차 위주에서 소형차로 확산되고 있다는 트렌드도 염두에 뒀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내년 1분기에 수입차 고객을 겨냥한 프리미엄급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차급별 맞춤 전략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