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재정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유럽에서 19개국 재무장관의 업무수행 능력을 정치·경제·신뢰도 부문으로 나눠 평가해본 결과 스웨덴의 안데르스 보리(43·사진) 재무장관이 '올해 최고 유럽 재무장관'에 선정됐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 부문 모두에서 1위에 오른 보리 장관은 금융기관 이코노미스트와 스웨덴 중앙은행 자문위원 출신이다. FT는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도 보리 장관이 '경제 스트라이커'로 두드러졌다"며 "경제 전문가인 보리 장관의 역할에 힘입어 스웨덴은 안정적인 경제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는 스웨덴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비회원국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스웨덴은 궁극적으로 유로존에 가입할 것이라고 천명했으나 가입 반대 여론이 점차 거세져 조기 가입은 어려울 듯하다.
보리 장관은 "유로존 위기가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은행들의 체질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다른 재무장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에 국채 매입 등 좀더 과감한 조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보리 장관은 "유로존 회원국들의 재정 연대로 이번 위기의 불길부터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설적인 것은 자국민에게 지나치게 많은 빚을 지면 위험하다고 강조해온 보리 장관이 지나치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말 현재 보리 장관이 스웨덴 중부 카트리네홀름에 있는 집을 담보로 빌려 쓴 돈만 365만 크로나(약 6억1200만 원)다. 그러나 집의 감정가는 320만 크로나에 불과하다. 현지 유력 일간 '아프톤블라데트'의 보도대로 대출금이 주택 가치의 110%에 이르는 것이다.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보리는 1988~1991년 웁살라 대학에서 정치학·경제사·철학을 공부하고 1995~1997년 스톡홀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웁살라 대학 재학 시절에는 총학생회장, 스웨덴 보수·자유학생연맹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1990~1991년 현지 일간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의 기자로도 활동한 보리는 1991년 총선에서 중도우파연정이 승리한 뒤 총리실 정치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다 1994년 총선에서 중도우파연정이 패한 뒤 금융계로 발길을 돌렸다. 이후 스톡홀름 소재 ABN 암로 은행과 금융그룹 스칸디나비스카 엔스킬다 방켄(SEB)을 거쳐 2001~2002년 스웨덴 중앙은행에서 금융정책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2006년 총선에서 프레드릭 라인펠트가 이끄는 중도우파연정이 승리한 뒤 보리는 재무장관으로 임명됐다. 현 정부의 경제 독트린을 뒤에서 조율하는 보리 장관은 복지 시스템의 국민 분담률을 높이고 세금을 낮추며 복지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회민주복지국가 체제를 서서히 해체해야 근로 동기가 부여되고 사업 기회가 늘며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말총머리에 왼쪽 귀까지 뚫어 귀고리를 달고 다니는 보리 장관은 청년시절 자유주의자로 자처하며 마약 합법화를 주장하고 마리화나도 피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