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루피화 가치, 40년 변동환율제도 이후 '최저'
[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달러화와 비교한 인도 루피화의 가치가 연일 폭락(환율 상승)하며 40년 전 변동환율제도 이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루피화 약세는 물가상승과 경상수지 적자 등을 초래해 인도 경제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양상이다.
블룸버그 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50분 현재 달러·루피 환율은 인도 뭄바이 외환시장에서 전일대비 0.5% 오른 달러당 52.09루피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장중 한때는 달러당 52.73루피로, 기존 최고치였던 2009년 3월의 달러당 52.195루피를 가볍게 넘기도 했다.
달러ㆍ루피 환율은 8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가치는 하락했다. 지난 4개월간 루피화 가치는 15% 하락하며 아시아 10개국 중 가장 큰 수준의 환율 상승을 보였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는 미국 슈퍼위원회가 재정적자 감축안 마련에 실패했다고 선언했지만 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 매수에 나서 루피화가 약세를 나타냈다고 WSJ는 전했다.
주식과 채권에 대한 외국인 순투자규모가 올 들어 44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390억6000만 달러의 9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도 환율급등을 재촉하고 있다.
인도 경제에 대한 우려도 한 몫을 했다. 인도 경제는 올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성장률이 7~7.5%로 지난 회계연도 9~9.5%에 비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이보다는 조금 높지만 기존 8%에서 7.6%로 낮췄다.
인도 물가는 RBI가 20개월간 금리를 올리는 등 억제에 나섰지만 11개월째 9%를 웃돌고 있으며 10월에는 9.73%까지 치솟았다. 이는 10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러시아 7.2%, 브라질 7%, 중국 5.5%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촉발된 루피화 가치 하락은 인도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RBI의 수비르 고칸 부총재는 "루피화 환율 상승은 즉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인도 루피화 환율 상승은 브릭스 국가 중 가장 빠른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기준금리 인상의 압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던앤브래드스트리트의 아룬 싱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루피 하락이 계속 이어진다면 RBI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피 약세는 수입가격을 높여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한편 경상수지 적자를 더욱 늘릴 전망이다. 인도의 올해 2분기 경상수지 적자는 141억달러를 기록해 1분기의 54억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BNP파리바의 티오 친 루 선임 외환 애널리스트는 "다른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인도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자본유출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인도가 기댈만한 것이 없다"면서 "루피화가 계속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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