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암울한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중국 자체의 경제성장이 세계 무역의 불균형 시정보다 더 중요하다고 왕치산 중국 부총리가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재정 및 무역 정책을 담당하는 왕 부총리는 지난 20일부터 중국 청두에서 열리고 있는 상업과 교역에 대한 중미합동통상위원회(JCCT) 이틀째 회의에서 "세계 경제 조건은 암담하며, 경제 회복을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미국은 세계 경제의 성장을 균형잡는데 힘을 합쳐야 할 것“이지만, 미국이 주장해온 위안화 절상을 통한 중미간 무역불균형 시정보다는 '불균형적 경제회복'이 최선의 방책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균형적 경제회복’ 발언은 대미 무역흑자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사 표시로, 미국은 지난 10월 의회에서의 대중국 무역 보복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과 대미 무역흑자 감축을 요구했으나, 이날 왕 부총리의 발언은 이같은 미국쪽의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미국쪽 참석자인 존 브라이슨 상무부 장관은 “미국 정부는 균형잡힌 조건하에서는 교역과 투자 확대를 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실은 기업계와 의회를 포함한 미국내의 많은 사람들이 중미간 교역에 대해 점차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북경사범대학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종 웨이는 “위안화 절상은 중국에게는 해가 되기 보다는 이익이 된다”면서 “미국에게는 거의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값싼 상품은 미국의 빈민들에게 보조금 역할을 해왔다”면서 “미국은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형편하에서 그같은 보조금을 없애버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왕 부총리는 또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외부 수요(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우리는 우리의 상황을 통찰하고 내수를 이루어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올해 10% 대의 경제 성장률이 내년에는 7% 대 초반으로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최근 은행 신규대출을 늘리고 지방정부에 채권발행을 허용하는 등 사실상 통화 완화 정책 및 내수부양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미국발 국제금융위기 당시에는 약 4조 위안(65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했으며, 지난 3년간 세계 경제성장률의 약 60%가 중국의 경제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사실상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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