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민음사 펴냄
온통 스티브 잡스다. 그가 타계한지 두 달째 접어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 움직인다. 특히 서점 유통가와 출판계에서 스티브 잡스는 어느 때보다 활약이 대단하다. 잡스의 공식 자서전을 비롯해 각종 잡스와 관련된 책들이 연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미 서점가에는 스티브잡스와 관련한 서적이 50여종을 넘어섰을 정도다.
그렇게 서점가를 들썩였다던 민음사의 스티브 잡스 공식 전기가 지난주 편집국으로 배달됐다. 스티브잡스가 죽기 전부터 자신의 자서전으로 점찍어 놨던 화제작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 공식 전기다. 국내에서 출간 하루 만에 1만부가 팔려 30년 국내 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 역사를 하루아침에 뒤엎어 버린 책이다. 새삼스레 어떤 책이기에 그런가 하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9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평생을 신비주의로 일관하던 스티브 잡스는 죽음을 얼마 앞두고 자신의 유일한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를 써 달라고 <타임>지 전 편집장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요청했다. 잡스의 생애는 그동안 많은 전기 작가들이 탐내는 소재였고,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그의 허락없이 그의 인생 역정을 조명한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런 부류의 전기가 나올 때마다 잡스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해당 출판사의 다른 책들까지 애플 스토어에서 모두 치워 버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잡스가 평소 친분이 있던 아이작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그가 진지한 대화를 나눌 때 주로 애용하는 산책을 제안하면서 자신의 전기를 써 달라고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아이작슨은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아이작슨은 2009년부터 2년간 잡스와 함께 어린 시절 집을 방문하거나 함께 산책을 하며, 그를 40여 차례 인터뷰했다. 그의 친구, 가족, 동료뿐 아니라 그에게 반감을 가진 인물이나 경쟁자까지 포함해 인터뷰한 인물이 100여 명에 이른다. 잡스를 둘러싼 모든 것이 집적된 이 전기에는 실리콘밸리에서 보낸 잡스의 어린 시절부터 애플의 창업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 생애가 담겨 있다.
스티브 잡스에 관한 모든 서적 중에서 유일하게 그가 자신에 대해 직접 진술하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 전기는 집필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작슨이 잡스에게 약속받은 대로 그 조차도 아직 읽지 못한, 그리고 끝내 읽지 못한, 그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유일한 기록이다.
아이작슨은 “잡스는 객관적인 책이 되길 바랐고, 나도 정직하게 기록했다”며 “잡스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각도 담아 객관적으로 써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하며 잡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담하게 그렸다.
“잡스는 객관적인 책이 되길 바랐고, 나도 정직하게 기록했다.” -월터 아이작슨-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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