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수원 삼성 ‘중원사령관’ 이용래(25)의 사전에는 쉼표가 없다. 올 시즌 국가대표팀과 수원을 오가며 그가 걸어온 과정을 살펴보면 숨이 막힌다. 인터넷 상에서는 이용래를 가리켜 ‘국민 축구노예’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시작은 대표팀 경기다. 이용래는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이 치른 여섯 차례 경기에 빠짐없이 출전했다. 선발 출전은 기본이고 두 차례 연장 승부를 포함 모든 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2월 터키와의 A매치 평가전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3월 K리그 개막과 함께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된다. 정규리그 30라운드 가운데 이용래가 출전하지 않은 경기는 고작 4경기. 4월 30일 상주상무, 6월 11일 제주, 25일 대전, 그리고 10월 8일 전북과 경기였다.
정규리그 뿐만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도 빼놓을 수 없는 여정이다. 지난 3월부터 알 사드와 마지막으로 치른 4강 2차전까지 그는 AFC챔피언스리그 10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틈틈이 병행한 A매치 평가전은 차라리 덤에 가깝다.
여기에 FA컵 8강전부터 결승전까지 세 경기에 풀타임 출전하며 활약했다. 이어 지난 9월 시작된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도 1차 레바논전을 시작으로 5차전까지 빠짐없이 풀타임 출전했다.
출전 횟수도 놀랍지만 포지션 특성을 감안할 때 그의 활동량도 만만치 않다. 이용래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쉴 틈 없이 공수를 조율하는 미드필더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15일 레바논과의 월드컵 예선에서는 왼쪽 풀백으로 자리를 옮겨 활동폭을 넓혔다.
국내외를 넘나들면서도 빠짐없이 경기에 나선다는 점도 놀랍다. 올 초부터 이용래는 대부분의 경기를 4-5일 간격으로 소화하고 있다. 그는 포지션 특성상 주목받는 위치에 있지 않다. 하지만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이용래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조광래 감독과 윤성효 수원 감독의 전술 구상에서 이용래라는 이름 석자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윤성효 감독은 “이용래가 제일 힘들 것이다. 솔직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면서도 “체력이 좋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선수다. 올 시즌 마지막까지 왔으니까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표팀에서 풀백 역할도 담당하는 것에 대해 윤 감독은 “이전에도 그런 상황이 몇 번 있었다”며 “굳이 지시하지 않아도 자리가 비면 알아서 옮겨다녔다”고 웃음 지었다.
숨 막히는 긴 여정을 달려온 이용래에게 올 시즌 남은 일정은 K리그 챔피언십이다. 지난 20일 부산과의 6강PO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이용래는 23일 열리는 울산과의 준플레이오프 경기에도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부상 없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은 분명 철저한 자기 관리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용래는 ‘철인’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이용래가 묵묵히 달려온 한 시즌에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