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0조원 시대, 고위험 고수익 상품 쏠림 심화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투기성향이 높아지면서 불균형 성장이 심화되고 있다. ETF 시가총액이 이달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 표면적으로는 전성시대를 맞고 있지만, 자금은 위험성이 높은 파생상품형 ETF로만 쏠릴 뿐이다. 그 이면에선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종목이 속출하면서 유명무실한 ETF가 양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6종의 ETF 거래량이 '제로(0)'였다. '미래에셋맵스타이거라틴ETF'와 KB자산운용의 채권 ETF인 'K스타 국고채'를 비롯해 'KINDEX 국고채', '아리랑 K100EW', '아리랑 KRX100EW', 'PIONEER SRI' ETF 등이다. 특정 섹터에 집중 투자하는 'KOSEF IT', 'KOSEF Banks' 등의 거래량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올해 처음 ETF 시장에 진출한 KDB산은자산운용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20일 'KDB PIONEER SRI ETF'를 한국거래소에 첫 상장했지만 최근 8거래일간 거래량이 단 1주에 그쳤다. 한화운용의 '아리랑 KRX100EW ETF'와 '아리랑 K100EW ETF'도 최근 1개월간 거래량이 각각 10주, 30주에 불과하다.
반면 일반ETF 보다 위험성이 높은 인버스ETF와 레버리지ETF는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15일 'KODEX 인버스'와 'KODEX 레버리지'의 거래량은 각각 2999만2019주, 1892만7588주로 상장된 107개 ETF 중 최고 거래량을 기록했다. 주가지수 방향성 베팅이 적중하면 상승, 하락폭의 두 배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들이다. 하지만 방향예측이 실패하면 손실률도 그만큼 증폭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레버리지와 인버스 등 파생형 ETF의 거래대금 비중은 ETF 전체 거래대금의 83.3%에 달했다. 올해 들어 크게 늘고 있는 ETF시장 유입 자금 대부분이 투기성향이 높은 종목으로만 쏠리고 있다는 의미.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4조396억원 수준이던 ETF 설정액은 8월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급격히 불어나 현재 7조3838억원에 달하고 있다.
'ETF 돌풍'에 힘입어 발행사도 증가했다. 올해 들어 교보악사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산은자산운용이 출사표를 던져 현재 ETF발행사는 모두 14개다. 하지만 일부 종목으로의 편중현상이 심화되자 운용사들은 비슷한 종목만 중복 상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KODEX200, TIGER200, KOSEF 200, KStar200, KINDEX200 등 코스피200지수에 따라 움직이는 상품만 5개에 달한다.
하나대투증권 임세찬 연구원은 "변동장세가 심화되면서 개별 종목을 선별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의 자금이 ETF로 몰리고 있는데, 유동성이 낮은 소외 종목의 경우 순자산가치(NAV)와 종가 간 괴리율이 벌어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KODEX Japan과 같이 초기 거래량이 소수였으나 일본 대지진 이후 거래량이 급증한 사례도 있다"며 "수수료 등 각 운용사별 전략도 차별화되는 만큼 시장에서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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