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 화 KBS JOY 밤 12시 20분
“지금 다행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정말 다행인 것 같아.” 이례적으로 타블로 단독 무대로만 꾸며진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이하 <프로포즈>)에 게스트로 나온 봉태규는 타블로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 그랬다. 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타블로를 괴롭힌 논쟁은 근거도 없었고 그래서 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때로 느린 호흡의 기다림만이 답일 때가 있다. 어제의 <프로포즈>처럼. 이소라는 여느 토크쇼의 MC처럼 목적이 뚜렷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대신 그가 함께 불러준 ‘집’을 시작으로 노래와 대화로 천천히 1시간을 채워가는 과정을 통해 솔로 앨범 <열꽃>에 새겨진 인내와 치유의 시간 역시 자연스레 드러날 수 있었다.
그래서 어제의 <프로포즈>는 의도하지 않은, 아니 의도하지 않아서 가능했던 일종의 힐링캠프였다. 앨범 수록 순서 그대로 심지어 피쳐링 멤버인 이소라와 진실이 직접 나온 ‘집’과 ‘나쁘다’는 그의 답답했던 마음을 대변하고, 새 보금자리 YG의 양현석 사장을 소재로 한 태양과의 대화는 지금의 편해진 상황과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한 ‘고마운 숨’을 피쳐링 멤버이자 절친한 친구들인 봉태규와 얀키와 함께 한 무대는 그래서 앨범 안에서보다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었다. 얀키와 함께 무대를 휘젓던 타블로는 자신감이 넘쳤고, 봉태규가 읽은 편지에 왈칵 울기보단 이를 앙다물고 참는 모습은 단순히 그가 어려움을 겪은 게 아니라 그 과정을 이겨내고 단단해졌다는 걸 증명했다. 물론 이것은 <프로포즈>의 성과라기보다는 타블로라는 인물의 개인사와 <열꽃> 자체의 구성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포즈>가 아니라면, 지금 어디서 한 뮤지션이 온전히 1시간 동안 노래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스스로 정화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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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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