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거듭되는 금융위기 때문에 동유럽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했다고 CNBC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소련과 동유럽 경제 발전을 위해 설립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된 동유럽 국가들이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EBRD는 동유럽 국가 위주로 약 3만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EU 회원국인 동유럽 국가의 가계들이 서구 유럽 국가들보다 더 심각한 금융위기 피해를 입었다며 이에 따라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율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등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율은 급격하게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슬로바키아의 경우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율이 2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반면 과거 독립국가연합(CIS) 소속이었지만 EU 회원국은 아닌 그루지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등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EBRD는 "이번 보고서는 좀더 진보적으로 체제를 변경했던 국가에서 시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가 많이 하락했음을 보여준다"며 "이들 국가는 1990년대 초중반의 경기 침체 때보다 더 심각한 경기 하강을 이번에 겪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따르면 금융위기 때문에 필수 식품에 대한 소비를 줄였다고 답한 비율이 서구 유럽 국가에서 11%에 불과했던 반면 동유럽에서는 약 38%로 집계돼 큰 차이를 보였다.
의료 치료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고 답한 비율도 서유럽의 경우 4%에 불과했지만 동유럽에서는 그 비율이 약 13%로 집계됐다. 또한 동유럽 국가의 가계는 서유럽보다 훨씬 더 심각한 실업과 임금 삭감의 고통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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