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他회사 임원으로 가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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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신입 임원 될 확률 0.8%라는데..지름길 있더라

他회사 임원으로 가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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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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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따기가 쉬울 리 만무하다. 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확률은 0.8%로 나타났다. 바늘구멍도 이런 바늘구멍이 없다.

임원이 되는, 조금 다른 길이 있다. 바로 임원 이직이다. 현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다른 회사의 임원으로 가는 것. 직장인이라면 남몰래 지닌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임원은 그 특성 상 과정이 베일에 가린 경우가 많다. 뉴스에서 누군가 임원으로 스카우트 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저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하는 궁금함이 생긴다. 이에 실제 사례를 통해 임원 이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스토리텔링 식으로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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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에너지 사업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적합한 인재를 뽑아주셔야겠습니다."

지난 2006년 대기업 A사는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기로 내부결론을 내렸다. IT를 기반으로 성장한 A사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회사는 에너지 시스템 역시 IT로 이뤄지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쏟아낸 것도 한 이유가 됐다. 그러나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인 만큼 내부적으로는 관련 인재 풀이 부족했다. 경영진은 우선 외부 헤드헌팅사에 의뢰해 사업을 이끌어갈 임원을 선발하기로 했다.


에너지 담당 헤드헌터가 배정됐다. 에너지 담당만 5년차인 그였기에 곧 적합한 후보 인재들을 기업에 전달할 수 있었다. A사 경영진은 고심 끝에 그 중 2명을 지목했다. "이 분들이라면 우리 회사에 적합한 분들로 보이네요."


헤드헌터는 우선 전화 통화를 통해 후보자들의 의사를 확인했다. 다행히 둘 중 한 명은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문제는 다른 한 명이었다. 이직 의사를 묻자마자 "난 전혀 생각 없으니 다신 연락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 10대 그룹 중 한 곳에서 일하는 그는 잘 나가는 엘리트 직장인이기에 순순히 이직에 응할 리 없었다. 헤드헌터는 직접 만나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다. 이젠 세 치 혀를 통해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한다.


헤드헌터와 후보자가 주로 만나는 장소는 호텔 커피숍이다. 다른 장소에 비해 제3자에게 드러날 확률이 적다. 또 호텔은 슈트를 입은 직장인들이 많으니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전 현 직장에 만족합니다. 더군다나 이직은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지금 위치에서 충실하고 싶으니 더 이상 말씀하지 마세요."


후보자의 태도는 완강했다. 동기보다 승진이 빠른 그였기에 자신의 미래를 자신하고 있었다. 굳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느냐는 태도였다. 그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었다. 그러나 헤드헌터는 다른 부분을 공략했다.


"지금 계신 곳은 향후 에너지 사업 비중을 축소하기로 한 것으로 압니다. 실력을 좀 더 발휘하려면 능력을 알아주는 곳으로 옮기셔야 하지 않을까요."


설득은 스킬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언급하며 관심을 끌어야 한다. 승진을 원하는 이에겐 임원 자리를, 보상을 원하는 이에겐 높은 연봉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임원 이직은 시작된다.


후보자 선정을 마친 후에는 각 개인별 평판조회에 들어간다. 이력서에 나타난 활자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후보자의 내면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어찌 보면 이력서보다 평판조회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임원에겐 보통 리더십과 도덕성 등이 요구되는데 이는 서류상으로는 분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생님, XXX씨랑 예전에 일해보신 걸로 압니다. 당시 함께 계실 때 문제는 없었나요?" "글쎄요.."


답이 심상찮다. 보통 후보자들의 관계인들은 평판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좋다"고 한다. "글쎄요"는 곧 "아니오"라는 의미다. 이때부터 헤드헌터의 심장 박동이 높아진다. 밝혀지지 않은 뭔가가 숨어있는 것이다. 오늘도 긴 하루가 될 것만 같다.


"자금 쪽에 문제가 있다고요?"


의뢰사 인사담당자의 눈꼬리가 올라간다. 후보자 둘 중 선뜻 응낙한 사람에게서 심각한 결격사유가 발견됐다. 부하직원에게 돌아가야 할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그밖에 크고 작은 자금 문제가 드러났다. 예상치 못한 변수다. 그의 주변인들이 하나같이 "돈 만큼은 그에게 맡기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다. 결국 그는 면접도 보지 못한 채 탈락했다.


이제 설득으로 마음을 바꾼 다른 한 명만 남았다. 유일한 후보자라고 해서 무조건 합격이 아니다. 그 역시 남은 과정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별이 될 수 있다. 오히려 한 명 뿐이니 검증은 더욱 치열하게 진행된다.


면접은 계열사 임원, 인사담당 임원, 사장단, 오너 등 4차례로 나눠 이뤄진다. 후보자가 자신들의 회사와 맞는지, 들어와서 일은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다. 다행히 후보자는 차례차례 통과했다.


또 다른 변수는 오너 면접을 앞두고 벌어졌다. 의뢰사가 갑자기 헤드헌팅을 중단한 것. 이유는 때마침 불어 닥친 세계경제위기였다.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생겨 신사업 추진을 잠시 중단한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이번 채용은 잠정 유보입니다."
후보자는 당황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뽑아주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게 채용은 중단됐다. A사가 재추진 의사를 밝힌 건 내부사정이 정리된 1년 후였다.


"A사에서 다시 한 번 의사를 밝혀왔는데 아직 생각 있으신가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질문한 헤드헌터에게 후보자는 흔쾌히 'OK'를 주었고, 우여곡절 끝에 이직이 성사될 수 있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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