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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취업도 연줄이 있어야 하는 사회

시계아이콘00분 57초 소요

우리나라 취업자 열 명 가운데 여섯 명 가량은 인적 네트워크, 이른 바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다고 한다. 이 같은 '연줄 취업'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으로 우리 사회가 그 만큼 덜 성숙하다는 방증이다. 개인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후진적 고용구조는 기회의 균등 상실로 인한 사회적 불신과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인적 네트워크의 노동시장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취업자 표본 6165명 중 56.4%에 달하는 3477명이 친구나 가족 등 인맥을 활용해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첫 취업자(39.9%)보다는 경력직(60.1%), 대기업(47%)보다는 소기업(70%), 정규직(60.1%)보다는 비정규직(66.5%), 여성보다는 남성의 비중이 높았다.

이는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의 밝힌 주요 비교 대상 29개국의 평균 45.6%에 비춰보면 훨씬 높은 비율이다. 인맥 의존도가 높으면 구직자들이 연줄에 기대려는 경향이 커질수 밖에 없다. 결국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는 열망, 각종 경조사나 학연ㆍ지연의 모임 등에 열중하는 우리의 현실이 높은 인맥 의존도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그로 인해 과도한 경조사비 등 사회적 낭비가 커지고 편가르기가 이뤄지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높은 인맥 의존도의 주된 요인으로는 제 역할을 하지못하고 있는 정부의 고용서비스가 우선 꼽힌다. 노동 유연성이 확대되고 일자리 이동이 빠르게 진행되는 등 고용시장은 급속하게 변하고 있지만 일자리정보 서비스 등은 예전 그대로다. 우리의 공공 고용서비스 지출 수준은 GDP 대비 0.0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GDP 대비 0.16%)으로 확대하면 인맥 의존도를 5%포인트 정도 낮출 수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대부분 영세하고 전문성이 약한 직업소개소로 대표되는 민간 고용중개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들을 재검토함으로써 시장을 발전시키는 것도 인맥의존도를 줄이는 한 방안이다. 특히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가 1점 상승할 경우 인맥의존도가 약 2.9%포인트 가량 줄어든다는 KDI의 분석 결과에 비춰 사회적 신뢰를 키우는 일도 매우 긴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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