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놓고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찬성 혹은 반대 등의 정치적인 입장 발표가 아니다"며 발언 수위를 한 단계 낮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한미 FTA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이며 논란의 중심을 자처했던 데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일부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박 시장이 정부와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분석한 것에 부담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는 8일 오후 긴급브리핑을 열고 "중앙정부가 설명회를 통해 한미 FTA에 대한 피해 현황 조사 및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향후 지방자치단체와 원활히 협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전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 재검토, ISD실무회의 지자체 참여 보장, 자동차세 세수감소분 보전, 소상공인 대책 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의견서를 중앙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이날 중앙청사에서 행정안전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법무부, 지식경제부 등 5개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근거가 미약한 과장된 우려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석영 통상교섭본부 FTA교섭대표는 "(양국의 비준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ISD와 같은 공정한 글로벌 스탠다드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뿐더러 시기적으로도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정부가 이처럼 반박하고 나서자 즉각 "서울시가 제출한 한미 FTA 의견서에 대해 중앙정부에서 설명회를 해주신 점 감사드린다"면서 한미FTA와 관련된 논란을 긴급 진화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이번 의견서는 한미 FTA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등의 정치적인 입장 발표가 아닙니다"며 "천만 서울시민의 생활과 서울시 행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한 서울시정 책임자로서 의견을 개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의 정치적 행위가 아닌 서울 시정 책임자로서 행정과 관련된 의견이었음을 강조한 의미다.
하지만 한미 FTA가 서울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기존 시각은 분명히 했다. 서울시가 이날 자체적으로 한미FTA 대책기구를 마련해 피해 유형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미FTA 관련 전문가 자문집단으로 구성할 대책기구는 비상설로 운영된다. 또 서울시 실무 관련부서장들이 참여하는 실무기구도 마련해 한미FTA 관련 사례 분석을 지속적으로 하기로 했다.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은 "중앙 정부의 설명회 내용 중 서울시와 일부 다른 의견이 있다"며 "항목 항목 의견차가 있으니 협의채널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바른사회시민회의, 자유기업원, 한국대학생 포럼으로 구성된 FTA 진실시민행동회원은 이날 오후 시청 서소문별관서 "박 시장은 한미 FTA 허위괴담 유포를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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