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금융투자 연계, 매트릭스 조직 내년 신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신한금융그룹이 은행과 증권 영역에 관계없이 초고액 자산가를 통합 관리한다. 이른바 VVIP로 불리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시장이 확대되면서 은행의 예금성 상품과 증권의 투자성 상품을 동시에 제공하며 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이다.
3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공동으로 소매금융 자산관리 부문에 매트릭스 조직을 별도로 만들어 내년 초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은행과 증권 분야를 통합해 자산보유액 50억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부터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그 효과가 확인될 경우 30억원 이상 등으로 자산 기준을 낮춰 대상 고객층을 넓힐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를 위해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UHNW(Ultra High Net Worth)센터도 곧 연다. UHNW센터는 연내 서울 강북과 강남에 각각 한 곳씩 개설하고 내년 말까지 20여곳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사업 모델이나 조직 운영체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해당 임원을 선임해 준비를 마친 후 내년부터 본격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의 매트릭스 조직은 현재 지주사 내 자회사 중심 체제에서 고객 중심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은행·증권·보험 등 자회사별로 독자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고객을 하나로 묶어 이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다. 자산관리 분야는 신한은행의 프라이빗뱅킹을 포함한 자산관리 그룹과 신한금융투자의 리테일 그룹을 통합할 예정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자산관리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면서 초고액 자산관리 시장을 놓고 은행 및 증권사 간 치열한 영역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초고액 자산관리 시장을 잡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이 올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초고액 자산가 시장을 공략해 왔다.
국내 자산 규모 30억원 이상의 릫알짜릮 고액 자산가는 2만명으로 추산되며 30억~50억원대 자산가 수는 2006년 이후 연평균 23.7%씩 증가하고 있다. 은행·증권업계 모두 반드시 잡아야 하는 ‘대어’인 셈이다.
초고액 자산가 대상 점포인 SNI 지점 4곳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증권의 경우 3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고객이 12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5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는 800명 정도다. 신한금융의 UHNW센터는 은행권보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사와의 경쟁을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의 네트워크 및 인프라 공유로 시너지가 가시화될 경우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산업은행과 KDB대우증권,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 국민은행과 KB증권 등 금융지주 체제의 금융회사들은 물론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비지주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직이 복잡해져 효율성을 저해하고 내부 분란을 야기하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그룹은 은행과 증권 영역에 상관없이 초고액 자산가에 대한 매출액을 각각의 실적으로 잡는 것을 가닥을 잡고 있다.
프라이빗뱅킹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5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은 자산 운용은 물론 세무, 부동산, 외환 등 특화된 종합 컨설팅을 원하기 때문에 분야별 연계는 필수”라며 “앞으로 이들 고객을 잡기 위한 은행과 증권사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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