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디자인 특허를 내세워 줄곧 '아이패드만 태블릿PC'라고 주장하는 애플이 스페인에서 소형 태블릿PC 업체에 패소하는 등 암초를 만났다. 이번 특허는 애플이 같은 유럽 국가인 독일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디자인 특허와 동일한 것으로 독일 법원도 향후 갤럭시탭 10.1 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을 번복할 지에 이목이 쏠린다.
스페인 법원은 2일(현지시간) 소형 태블릿PC업체 누에바스 테크놀로지아스 와이 에네르지아스 카탈라(NT-K)가 중국에서 제조한 태블릿PC의 스페인 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을 뒤집었다.
애플은 지난해 NT-K가 만든 태블릿PC의 디자인이 아이패드와 유사하다며 스페인에서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스페인 법원은 애플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해 12월에는 형사 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NT-K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다.
NT-K의 설립자인 페드로 다비드 펠라에즈는 "애플은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다른 태블릿PC들이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있다"면서 "애플이 (삼성전자 등) 다른 제조사들에도 이 같은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다른 업체들도 다들 (애플과는 차별화된) 저마다의 특징을 갖고 있다"며 애플을 비난했다.
NT-K가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냄으로써 애플은 그동안 이 회사의 태블릿PC 판매를 막으면서 입힌 손실을 고스란히 보상해주게 됐다. NT-K는 레스토랑에 공급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데 애플이 제품 판매를 막으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펠라에즈는 "2011년에만 1만5000대의 태블릿PC를 판매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애플로 인해 태블릿PC 판매길이 막히면서 그동안 450만~500만유로(70억~77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이 스페인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면서 이번 판결이 향후 삼성전자 등 다른 제조사와의 소송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으로부터 갤럭시탭 10.1 판매 금지 가처분 명령을 받은 삼성전자로서는 특히 반가운 판결이다. 삼성전자는 독일 법원의 결정에 즉각적으로 항소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스페인 상표등록청에 애플을 겨냥해 디자인 특허와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라 이 기관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디자인을 앞세워 특허를 주장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스페인 상표등록청에 의견을 구했다"며 "사실상 애플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디자인 특허를 주장하면서 그동안 일각에서는 자동차 타이어에 대해서도 디자인 특허가 인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아직 스페인에서는 법적 공방을 벌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을 시작으로 한국, 독일, 네덜란드, 호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9개국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만약 이번 판결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독일 법원이 갤럭시탭 10.1 판매 금지 결정을 철회할 경우 삼성전자는 소송 비용을 포함해 애플 때문에 발생한 손해를 모두 보상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원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 언급하기 이른 감이 있지만 만약에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낸다면 삼성전자는 태블릿PC 점유율이나 스마트폰 점유율, 전체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동안 입은 손실을 보상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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