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카톡엔 격려… 구글엔 일침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인터넷 IT 분야의 연구개발은 규제의 틀에 갇히면 안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카카오를 방문해 한 말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카카오톡의 개인정보 수집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공식적으로 내용을 전달 받으면 조치를 취하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명백하게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고 제도적으로 판단이 어려울 때는 그 규제를 뛰어넘는 건전한 열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생 벤처기업 카카오가 규제를 의식하다 보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의 카카오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엿볼 수 있는 언급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카카오는 서비스에 대한 발상 자체가 세계적"이라며 "성공적인 세계 시장 진출이 젊은 인터넷 창업가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속에서 카카오톡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지고 도전을 계속하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있었다.
또한 최 위원장은 "국내기업들도 보다 개방적인 자세로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세계 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혁신 친화적인 기업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날 최 위원장은 신생 토종 기업 카카오에 대해서는 이 같이 기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지만 카카오 방문에 앞서 찾은 글로벌 기업 구글에서는 국내 IT 산업과 함께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을 방문한 최 위원장은 염동훈 구글코리아 대표에게 "혼자서 독주하는 것보다는 더불어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비롯된 '빅브라더'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구글이 전 세계에서 정보를 독점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어 최 위원장은 "구글이 한국의 IT 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방한할 예정인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한국 IT 발전을 위한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염동훈 대표는 "한국의 IT 산업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여러 국내 파트너들과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 위원장은 구글의 여직원 휴게실 등을 둘러보고 "구글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의 IT 여성파워를 깨우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미 IT협력에 있어서도 구글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전했다.
최 위원장은 염동훈 대표를 비롯한 구글코리아 직원들에게 구글의 최신 서비스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이 자리에서는 크롬북, 구글플러스, 음성인식번역 애플리케이션 등이 소개됐다.
설명을 듣고 최 위원장은 "인터넷 문화에 대한 진지한 접근도 필요하다"며 "가벼운 인터넷 문화가 전체적인 흐름이 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 인터넷기업 방문에 이어 11월 10일에는 분당지역의 IT기업들을 방문하고, 11월 25일에는 가산디지털단지 인근의 IT 업체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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