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자 방어모드… 선거 끝나고 하향조정세 감지
-선거 끝나기 무섭게 강남 재건축 값 꺾였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사람들이 정보에 민감해졌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정비예정구역)지정이 확정된 일주일만에 1000만~1500만원씩 오르던 호가가 선거 끝나기가 무섭게 조정되고 있습니다. 급매물 찾는 전화도 며칠새 부쩍 늘었습니다.”(개포동 H공인 관계자)
강남 재건축 시장에 ‘박원순 한파’가 불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건 재건축 사업 과속 방지 공약 탓이다. 특히 거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일부 단지에서는 시세마저 하향조정되는 분위기다.
1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마지막주 강남권 재건축 매매값은 0.08%가 빠졌다. 특히 강남4구 중 강남과 강동구의 재건축 시세는 각각 0.12%, 0.27% 하락해 서울 평균을 밑돌았다. 이호연 부동산114 팀장은 “그동안 저가 매물이 거래되는 모습을 보이던 강남 재건축 시장도 선거 이후 매수자들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호가가 소폭 내려갔다”고 분석했다.
◇오세훈 수혜지 강남 재건축 ‘흔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단연 강남구다. 지난 20일 서울시가 최종 고시한 정비예정구역 68곳 중 공동주택 재건축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인 이유에서다. 강남구에서는 대치우성1차, 개포한신, 개포현대1차, 진흥, 개포도곡한신 등 총 8곳이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
대치동 일대 G공인 관계자는 우성1차에 대해 “오랜만에 움직인 단지”라는 표현을 썼다. 102㎡(공급)의 경우 지난해 가을 1000만~1500만원 하향조정을 당한 이후 1년이 넘도록 평균 9억30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정비예정구역으로 최종 확정됐을 당시에도 움직임이 없던 단지다. 하지만 지난 주말새 1500만원 빠진 물건이 나왔다. 주말내내 재건축 사업속도, 향후 시장 등 문의가 줄곧 이어졌다는게 이 일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개포한신, 개포현대1차, 개포도곡한신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몇몇 단지에서는 급매물이 등장했고 “안사도 상관없다”며 값을 올리던 베짱호가도 눈에 띄게 줄었다. 8억3000만원에 거래되던 개포한신 84㎡는 500만~1000만원 빠진 물건이 등장했고 73㎡는 7억원선을 아슬아슬하게 지켰다.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여름 이후 거래가 실종됐던 개포현대1차와 개포도곡한신 일대 중개업소 역시 “선거 이후 더 썰렁해졌다”며 시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매도자 방어모드, “당분간 관망세”
비교적 잠잠했던 강남구 재건축과 달리 2~3개월 간격으로 꾸준히 값이 뛰던 서초구 궁전아파트와 신삼호 아파트 역시 반전 기류를 타고 있다. 급매물이 등장하거나 호가가 빠지진 않았다. 하지만 거래상황을 보며 매번 호가를 저울질하던 매도자들이 이제는 방어 모드로 돌아섰다는게 반포동과 방배동 일대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굵직한 재건축 사업지가 몰린 강동구도 마찬가지다. 고덕주공, 둔촌주공 재건축은 일주일새 500만~1000만원 정도 내렸다. 고덕동 일대 L공인 대표는 “재건축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시장이 나왔어도 사업이 어느정도 진척된 단지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새 시장이 갖는 재건축 조기추진에 대한 반감은 시장 일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주택시장에 대한 서울시의 구체적인 정책안이 갖춰지는데까지 개발을 통해 시세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다만 주택 노후화나 주민들의 반발 등을 감안하면 시장을 뒤집을 정도의 타격은 없을 것”라고 전망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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