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세 강화..안도 매물도 소화해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지난 8~9월 급락조정분의 54%를 만회하며 1900선까지 회복해낸 코스피 시장 수급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반등장을 주도해온 연기금의 손놀림이 둔해진 가운데 외국인이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투신도 개인투자자들이 쏟아내는 '안도 매물'을 일정부분 받아내며 기지개를 켜는 상황이다. 수급 주체의 바통터치 양상이 나타나면서 시장 전체 거래량도 큰 폭 늘어났다. 시장을 추가로 끌어올릴 모멘텀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나타난 순조로운 손바뀜을 두고 시장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연기금 바통 이어받은 외국인 '사자'= 지난 27~28일 외국인 투자자는 이틀 연속 현·선물을 동반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옵션까지 사들인 이날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4710억원으로 두 달 만에 가장 컸다. 반면 9월 이후 국내 증시의 유일한 매수 세력이었던 연기금은 16거래일 만에 소폭이나마 '팔자'로 돌아섰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다우지수가 8월 초 수준까지 올라온 가운데 영국, 독일 증시도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지수 상승에 베팅,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로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어 한국 시장도 여타 해외시장과의 격차를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날 선물 시장에서도 이달 들어 최대치의 매수세를 보였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선물 시장 외국인의 경우 8~9월 글로벌 금융시장이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한국 시장에서 매도 공세를 펴왔는데 이제 이러한 위험은 사라졌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매수 기반이 되는 한국 관련 펀드의 자금 흐름 역시 달라진 모습이다. 11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던 글로벌 이머징마켓 펀드(GEM)가 지난주까지 2주 연속 순유입으로 전환된 것. 2주차에 들어온 자금 유입 규모는 전주 7억7000달러보다 대폭 확대된 17억2000달러에 달했다.
◆늘어난 거래량..시장에너지 재축적 과정=지난 13일 이후 11거래일동안 4200억원의 매도우위 기조를 보였던 투신도 28일 178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달 들어 세 번째로 큰 매수세를 가동하며 6679억원에 달한 개인들의 매물을 받아낸 것.
외국인과 투신이 매수주체로 떠오르면서 거래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8일 기록한 코스피 거래량 5억876만주는 지난 8월9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 28일과 같이 음봉패턴이 나오면서 거래가 많이 늘었다는 것은 차익실현 매물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기존 매수주체가 단기급등에 따른 피로감을 드러내면서 활발한 손바뀜이 일어나는 것. 매물 소화를 통해 단기 조정을 거치면서 올라가는 바람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강세장은 이익 실현 물량을 소화하면서 만들어진다”며 “10월 들어 단 5일을 제외하고 코스피가 모두 상승 마감했을 만큼 상승세가 강하기 때문에 아직 '달리는 기차'에서 내려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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