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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첫 출근길, 앞이 아닌 옆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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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27일 오전 6시 30분, 어둑어둑한 노량진 수산 시장을 찾은 박원순 시장의 걸음걸이는 씩씩했다. 전날 4시간밖에 자지 못해 얼굴은 부었고, 목소리도 갈라진 상태였지만 표정은 밝았다. 남색 점퍼의 붉은색 머플러를 한 박 시장은 "시민들에게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미에서 새벽 시장이 열리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고 한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박 시장의 지지자들도 보였다. 대학생 조유진(24세·서강대)씨는 "강원도가 주소지라 투표권이 없어서 아쉬웠다"며 "앞으로 시장으로서 SNS 소통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시장은 "서울에 사는 사람만 서울 시민이 아니다, 서울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 모두를 챙기는 시장이 되겠다"고 대답했다.  

오전 5시부터 기다린 박재호(35세·성북동)씨는 "시장이 되서도 아름다운 기부를 이어나가달라"고 말을 건냈다. 박 시장은 노량진 수산시장 곳곳을 찾아 지지자들의 손을 잡으면서 "첫 날의 인기가 시장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이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이어 오전 7시 30분께 동작구 국립현충원으로 이동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와 학도의용군 무명용사들의 묘를 참배했다. 국립 현충원의 방명록에 박 시장은 '함께 가는 길'이라고 적었다. 박 시장은 "여기에 계신 분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도 있고, 서울 시민 모두와 함께 간다는 뜻"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동 차량 안에서 푸른색 넥타이에 정장차림으로 갈아입은 박 시장은 8시 40분께 4호선 동작역에 나타났다. 이어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로 향했다. 정장 왼쪽 주머니에는 선거운동기간을 함께한 푸른색 볼펜도 꽂혀있었다.


지하철에서 만난 20~30대 직장인들은 박 시장을 알아보고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선 박 시장은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다가도 내릴 역만 되면 신기하게도 눈이 떠졌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행여나 졸고 있는 시민들에게 방해될까봐 박 시장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제 잠은 잘 잤냐는 직장인 최재은(29세ㆍSK)의 질문에 박 시장은 "걱정이 태산 같다"며 "보통선거가 아니라 재보궐 선거가 되다보니 ,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기대를 하고 있어 깊은 고민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시민들 앞에선 보다 솔직해진 박 시장이었다.


서울시청에 들어간 박 시장은 곧이어 시청 4급 이상 간부들 앞에 섰다. 박 시장은 "나는 뿔 달린 사람이 아니다"며 "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게 합리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순종하는 조직문화를 바라지 않는다"며 "항상 현장으로 돌테니, 새로운 서울시의 변화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민시장 박원순의 서울시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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