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디자이너 장광효의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서울패션위크 6일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기간 내 하루 1만5000명 이상의 관람객과 런웨이 쇼, 패션 페어에 총 127개 브랜드가 참여했지요.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질적인 성장을 거뒀다는 평이 들리고 있는, 성공적인 행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서울패션위크 마지막 날, 마지막 컬렉션을 리뷰합니다.
1. 서은길(G.I.L HOMME)
'아버지에게 바치는 컬렉션'이란 테마로 전개된 서은길의 컬렉션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담은 흑백사진을 교차적으로 편집한 영상과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흘러나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에서 나온 듯 동그란 은테 안경, 검은 바탕에 흰색 페인트를 겹쳐 바른 듯한 회화적 기법의 실크 슈트들이 런웨이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흑백 사진과 같은 회색빛 행렬이 끝나자 곧이어 컬러영상이 시작됐지요. 컬렉션 초반 색을 잃은 의상들은 옐로우, 민트, 라벤더와 같은 컬러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자이너는 아버지의 흑백사진을 일러스트로 해서 완성한 의상들을 피날레에 올렸습니다.
2. 강동준(D.GNAK BY KANG.D)
'노마드(NORMAD)'를 주제로 한 강동준 컬렉션은 자연스럽게 구겨진 트렌치코트로 문을 열었습니다. 재킷과 팬츠의 콤비네이션과 니트, 코튼 티셔츠, 트레이닝 복, 쇼츠 등 대부분의 아이템은 조금씩 낡고 닳은 느낌을 주었지요.
이것은 패치워크나 시접을 마무리 짓지 않은 로 컷, 물감이 묻은 듯한 디테일로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컬러 역시 네이비, 베이지, 카키, 그레이 등 빛바랜 듯 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컬렉션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은 피날레 신. 블랙 슈트를 입은 모델들이 차례대로 나온 가운데 맨 마지막 모델이 프론트 로에 앉은 여성 관객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넸습니다. 이어 디자이너 강동준은 장미꽃을 받은 그녀(여자친구)에게 무릎을 꿇고 프로포즈를 했지요.
3. 홍승완(ROLIAT)
이번 시즌 홍승완은 전설의 조정 챔피언 잭 베레스포드(Jack Beresford)에게 영감을 받은 서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배경은 영국 교외의 호숫가로 맨 먼저 캐노티어 햇(Canotier Hat)을 쓴 모델들이 빛바랜 스트라이프 슈트와 조정 경기를 상징하는 클래식한 블루 슈트를 입고 등장했지요.
오버 사이즈로 디자인된 리넨 재킷과 롱 니트는 성별 구분 없이 누구나 어울릴만한 아이템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캔버스와 가죽으로 만든 가방도 이번 컬렉션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었습니다.
4. 장광효(CARUSO)
포토그래퍼 권영호가 1994년 촬영한 장광효의 첫 파리 컬렉션 사진이 영상으로 편집되어 컬렉션을 열었습니다. 당시 추억을 끄집어 낸 것은 디자이너가 당시의 에너지와 마음가짐을 이번 컬렉션에 녹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작은 오차 없이 재단된 테일러드 슈트였습니다. 그리고 n style="color:#ec008c;">세일러 복의 칼라 디테일을 닮은 톱, 레오파드 프린트 톱에 맞춘 슬림한 팬츠, 턱시도 재킷과 트렌치코트의 변형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사이 화려한 프린트가 등장, 미니멀하게 떨어지는 롱 드레스(치파오의 실루엣과 닮은)도 등장했습니다. 디자이너는 컬렉션 노트에 "가슴 떨리면서 옷장에 넣어두고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그의 바람처럼 오래 두고 입고 싶은 옷들로 채워진 컬렉션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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