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건설현장식당(일명 함바집) 비리를 막는 해법에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서 시각차가 발견되고 있다. 투명성을 높여 부정부패를 막는다는 목표는 같지만 '책임감리제'라는 대안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최근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건설현장식당을 시공사가 운영하려면 선정계획서를 작성해서 감리원의 적정성 검토를 받은 후 발주청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책임감리 현장참여자 업무지침서'를 개정ㆍ고시했다. 그동안 건설현장식당이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알짜배기 사업으로 알려져 인맥, 브로커 등을 통한 금품로비, 건설업체의 탈세 등의 창구로 악용돼 사회적 문제로 인식돼 왔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현장식당이 건설근로자의 후생복지와 직결되는 시설이므로 앞으로 감리원으로 하여금 식당운영권자 선정에 관여함으로서 발주청의 암묵적 영향력 행사와 시공사의 독단적 결정으로 인한 부정부패의 악순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노동계는 책임감리제가 건설현장식당 문제의 본질을 빗겨갔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식당의 독점적 이익극대화 구조가 문제이므로 운영권을 누가 선정하느냐의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감리원을 식당 선정에 관여시킴으로써 이권이 개입할 수 있는 단계가 늘어났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건설현장식당 선정주체에 누구를 관여시키든 식당 이용자인 노동자의 건강권과 복지문제를 보장하기 어렵다"며 "이익구조를 극대화하는 운영의 여지를 두면 독점에 의한 피해는 선택없이 구매를 강요받는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공공발주 건설현장의 경우 시공사가 건설현장식당을 운영함으로써 이윤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만들 것, 건설현장식당의 음성적 운영을 통제하기 위해 허가제를 도입하고 상시적 점검방안을 마련할 것 등의 대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시공사가 건설현장식당을 위탁할 지, 직접 맡을 지의 여부는 정부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 각자가 결정할 사항이다"며 "선정계획서 제출로 내용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면 건설현장식당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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