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삼성전자가 프랑스 법원에 애플의 '아이폰4S'의 판매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당초 20일로 예정된 첫 심리가 다음달로 연기됐다. 프랑스 법원은 심리를 연기하며 삼성전자와 퀄컴의 계약에 대한 정보를 요구해 삼성으로서는 통신 특허와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노출할 수밖에 없게 됐다.
프랑스 파리 지방법원은 20일(현지시간) 삼성전자에 추가 자료를 요청하며 이날로 예정됐던 첫 심리를 내달 15일로 연기했다.
마리 크리스틴 담당 판사는 삼성전자와 퀄컴의 계약을 추가로 공개할 것을 삼성측에 요청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퀄컴은 통신 특허와 관련해 크로스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애플이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지방 법원에 삼성전자와 퀄컴의 계약에 대한 정보를 요청한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애플측은 아이폰에 퀄컴 칩을 사용하는데 이미 삼성전자와 퀄컴이 특허에 대한 크로스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삼성에 통신 특허 등과 관련해 추가로 특허 사용료를 지급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법원이 삼성전자에 민감한 정보를 요구하면서 통신 특허로 애플을 압박하는 삼성전자는 기밀에 해당하는 관련 정보를 경쟁사에 고스란히 노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통신 특허를 앞세워 애플을 공격하는 가운데 상대방에게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줌으로써 향후 삼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측은 10여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송에서 삼성전자와 퀄컴의 계약 내용을 법정 증거로 활용하려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퀄컴의 계약 내용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삼성에 유리할 건 없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아직 법원의 결론이 나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조치가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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