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 "중국, 위안화 절상속도 줄일 것"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중국 정부가 대응책으로 위안화 절상 속도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위안화 절상으로 예금고에 위안화를 두둑하게 쌓아둔 글로벌 은행들은 위안화 대출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돕고 있다.
창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20일자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의 침체를 알리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의 신뢰 결핍과 미국, 유럽의 소비 둔화는 부정적인 신호"라고 밝혔다.
창 장관은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난해 7% 성장률을 기록한 홍콩 경제도 올해 성장률이 6~7%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홍콩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침체 우려로 중국의 경우 위안화 환율 정책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창 장관은 "중국 정부는 그동안 위안화 절상을 허용해 왔지만 세계 경제침체로 중국의 무역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에 환율 정책에 변화를 줄 것"이라면서 "지금 환율 수준이 가장 적당하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경제에 균열이 나타나는 것을 견디면서 까지 위안화 절상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고 올 해 들어 3.2%, 지난해 6월 환율개혁을 통해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이래 7%나 상승한 위안화 가치는 글로벌 무역 상황을 감안할 때 절대로 낮게 평가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창 장관의 생각이다.
창 장관의 이와 같은 발언은 위안화 절상을 믿고 위안화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홍콩 거주민들의 기대와 상반된다.
홍콩에서는 위안화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은행권 전체 예금액의 10%가 위안화로 채워져 있다. 8월 말 기준 홍콩 은행권에 예치된 위안화 예금 규모는 6090억위안으로 1년 전 보다 5배로 늘었다.
홍콩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은행들은 은행 금고에 쌓이고 있는 위안화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위안화 대출을 장려하고 있다. 위안화 대출 규모는 연 초 20억위안에 불과했지만 8월 말 150억위안으로 급증했다. 은행들이 일반 대출 보다 위안화 대출에 금리 혜택을 주기 때문에 기업들은 위안화 표시 채권인 '딤섬본드' 발행을 결정했다가도 자금 조달에 비용 부담이 적은 위안화 대출로 발길을 옮긴다.
최근 홍콩 제약사 ULIH(United Laboratories International Holdings)는 딤섬본드 발행으로 10억~15억위안을 조달하려 했지만 계획을 철회하고 은행에 위안화 대출을 받기로 했다. 딤섬본드 발행으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연 6% 수준이지만 위안화 대출로는 4~5%만 내도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창 장관은 이처럼 홍콩에서 위안화 거래가 점점 더 활발해 지고 있는 것에 대해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한 변동성 확대 불안감이 위안화에 대한 수요를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는 다만 "홍콩에서의 위안화 거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위안화의 완전 태환이 가능해질 때 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의 발 빠른 노력에도 수 년이 아닌 수 십 년 후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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