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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곁에 두고 보고 또 보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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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곁에 두고 보고 또 보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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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의뢰인>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한철민이라는 캐릭터는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탐을 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장혁이 연기한 한철민은 절대적인 등장 분량과 상관없이 영화 전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고, 그에 대해 묘사하는 것은 모두 스포일러로 이어질 만큼 이야기의 반전 그 자체다. KBS <추노>에서 보여준 대길의 동물적인 에너지가 한 줌도 없는 한철민은 아내를 죽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가 진범인지 아닌지를 밝혀내는 영화를 보는 내내 창백한 얼굴로 동정을 불러일으키다가도 어느 순간 오싹함을 주는 한철민의 기운은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사진 촬영에서도 재현되었다. 카메라를 노려보는 그에게서 언뜻 언뜻 한철민의 얼굴이 스치면서 주변의 온도는 5도쯤 더 낮아졌고 잘생긴 남자배우의 사진 촬영을 보면서 처음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의뢰인>을 염두에 두고 포즈와 연기를 취한 것이었기에 이어지는 대화에서 장혁은 다시 예의 바르고 진지한 장혁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장혁은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TV 출연도 굉장히 드물고 사생활에 관련된 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신비주의’라는 포장보다 배우로서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스타라는 이미지에 잡아먹히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아요. 대중들은 나와 캐릭터를 혼동 하세요. 제 개인적인 사생활을 모르니까요. 작품을 통해서 노출된 만들어진 모습을 보면서 그게 저라고 생각하지만 배우는 철저하게 캐릭터를 컨트롤하는 컨트롤러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내가 캐릭터를 움직여야지 캐릭터에 의해 내가 움직여지면 배우 생활이 재미없어져요. 작품에 있어서도 내가 이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하면 다른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를 또 만들어야지 이미 만든 캐릭터로 인해 들어오는 작품을 또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건 그래도 14년을 배우 생활을 한 저만의 자존심이죠.” 그렇게 장혁이 배우로 살면서 한두 장씩 모은 DVD가 벌써 5천장을 넘었다. 많이 모은 만큼 영화를 많이 보기로 유명한 그는 연기와 작품을 말할 때만큼이나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말할 때 활기가 넘쳤다. 그가 곁에 두고 언제든 보고 또 보는 영화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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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곁에 두고 보고 또 보는 영화들

1. <대부> (Mario Puzo's The Godfather)
1972년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예요. <대부>는 보기도 참 많이 봤죠. 처음에 봤을 때는 1편, 2편, 3편 순서대로 보다가 3편, 2편, 1편 역순으로 보다가 다시 2편, 3편, 1편 순으로 봐요. 왜냐하면 연결 자체가 거꾸로 흘러가도 재미있고 그렇게 보면 또 다른 의미가 생기거든요. 2편을 가장 좋아하는데 아버지와 아들이 똑같은 시점에서 움직이게 되는 상황 묘사가 인상적이었어요. 3편에서는 아버지의 나이가 된 아들이 느끼는 아버지의 무게가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볼 때마다 좋아하는 캐릭터나 장면도 계속 바뀔 정도로 움직임이 많은 영화예요.”


누구나 알고, 누구나 이야기하는 영화사의 교과서. 가족과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강해지려고 악착같이 살던 남자는 결국 무자비한 삶의 방식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그 비극과 복수는 대를 이어 계속된다. 이 간단한 줄거리 안에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비극이 모두 담겨있다. <대부3>에서는 마이클(알 파치노)의 딸 매리로 분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이자 패셔니스타로도 이름 높은 감독 소피아 코폴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장혁│곁에 두고 보고 또 보는 영화들

2. <록키> (Rocky)
1976년 | 존 G. 아빌드센

“자주 보는 영화들은 너무 많은데 <록키>도 그 중 하나예요. 1편과 <록키 발보아>가 가장 좋아요. 열정이 느껴지는 영화예요. 70년대 만들어졌던 영화라 권선징악으로 끝나긴 하지만 단순하게 챔피언이 된 게 아니라 도전자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게 좋았어요. 사운드트랙도 너무 좋았고 실베스터 스탤론이 배고픈 시절에 각본도 쓰고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점도 좋아요.”


어떤 영화들은 단순한 히트작을 넘어 영생을 얻기도 한다. 그 유명한 주제가 ‘Gonna Fly now’의 첫 소절 ‘따다단따 따다단따’만 들어도 떠오르는 무명의 복서 록키 발보아(실베스터 스탤론). 섀도우 복싱을 하며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을 오르던 그가 내뿜는 새하얀 입김은 언제 보아도 도전과 열정으로 뜨겁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각본을 쓰고 연기한 영화는 197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장혁│곁에 두고 보고 또 보는 영화들

3.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2008년 | 마크 허만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소년들의 우정에 대한 영화예요.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아들과 수용소에 들어가 있는 아이가 철조망에서 같이 얘기하다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인데 전쟁을 굉장히 독특한 시각으로 보고 만든 영화라 인상이 깊었어요.”


종종 영화에서 아이들의 천진함은 현실의 잔인함과 대조를 이루며 비극을 더욱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홀로코스트 한 가운데서 그저 심심한 것이 죽기보다 싫은 소년들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친구가 된다. 파란 줄무늬의 파자마를 입은 소년을 돕기 위해 철조망 안으로 건너간 나치 부대 장군의 아들의 운명은 몇 십 년이 지난 뒤 되돌아보아도 납득이 되지 않는 전쟁의 끔찍함을 보여준다.


장혁│곁에 두고 보고 또 보는 영화들

4. <코미디의 왕> (The King Of Comedy)
1983년 | 마틴 스콜세지

“한 장면이 저한테 정말 오랫동안 강하게 남아있는 영화예요.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코미디의 왕이 되기 위해서 유명한 코미디언을 납치해서 감옥에 가게 되는데 잡혀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TV에 나오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해요. 사람들한테 보라고 얘기하면서 쇼에 나온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어깨를 으쓱해요. 딱 그 한 컷인데 그 순간 로버트 드니로한테 정말 감탄했죠.”


스스로를 ‘코미디의 왕’이라 여길 만큼 자신의 재능을 굳게 믿는 루퍼트 펍킨(로버트 드니로)은 최고의 코미디언 제리 랭포드(제리 루이스)를 납치해 그의 쇼에 출연한다. 언제나 방 안에서 마분지로 만든 마릴린 먼로와 제리 랭포드를 향해 독백하던 루퍼트가 무대에 서서 관객에게 농담을 던질 때 그는 ‘하룻밤의 왕’이 된다. “평생 바보로 살기 보다는 하룻밤만이라도 왕이 되고 싶었다”는 루퍼트의 외침은 그저 정신병자의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간절하다.


장혁│곁에 두고 보고 또 보는 영화들

5. <시티 오브 갓> (City Of God)
2002년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카티아 런드

“참 무서운 영화죠? 원래 캐릭터성이 강하고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를 좋아해요. <시티 오브 갓>을 보기 전에는 프루트 첸의 <메이드 인 홍콩>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이 영화는 정말 다큐 같아요.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기도 했지만 분명 극적인 상황인데도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 같은 느낌을 받았아요.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전쟁 신을 처음 봤을 때 같은 느낌이랄까요?”


“리오의 그림엽서에는 이곳이 담겨 있지 않아.” 모두가 그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빈민촌 ‘시티 오브 갓’. 이곳에서는 선과 악의 구분이 중요치 않다. 그저 오늘 살아남는 것,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논리만이 존재하는 무간지옥이다. 범죄가 곧 일상인 사람들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영화는 1970년대까지 실제로 벌어졌던 악행에 대한 기록이다. 실제 빈민가에서 캐스팅한 소년들을 데리고 찍은 영화는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폭력이 난무하고, CF로 경력을 쌓은 감독의 감각적인 비주얼은 현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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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곁에 두고 보고 또 보는 영화들

<추노>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곽정환 감독은 장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말 그대로 이대길은 장혁이었고, 장혁이 대길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알고 사고한다고 생각했다.” 장혁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한 전제조건은 작품 전체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연기론의 첫 운을 떼었다. 달변가가 아님에도 연기에 대한 원칙이나 경험에 대해 말할 때 장혁은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들어가며 꼼꼼하게 설명했다. 자신만의 연기론이 굳건하게 성립된 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임에도 그의 연기론은 아직도 보수 중이다.


“아직 정립된 건 아니고 계속 문법을 만들어 가는 거죠. 어떤 부분에서 정확하다고 생각한 것도 다른 사람과 연기하면서 깨지는 경우도 있고, 그럴 때는 보수를 해나가죠. 다만 조금씩 더 다져간다는 생각은 들어요. 예전에는 아예 백지 한 장이었는데 지금은 스케치북 같아요. 작품 하나를 하면 백지에다가 그림을 그리는데 작품이 끝나면 또 다시 백지예요. 그래서 한 장 더 넘겨서 다른 주제로 그리고. 그래서 매번 작품 할 때마다 그만큼 설레고 긴장돼요. 그렇게 계속 스케치북을 채우면서 갈 것 같아요.” 장혁이 채워나갈 화집은 어떤 모습일까? 그라면 분명 서툰 붓질로 엉성한 수채화를 그려내진 않을 것이다. 언제나 우직할 만큼 신중하게 연기해온 것처럼 묵직한 유화 한 편을 내놓을 그의 다음 장을 기다린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지혜 seven@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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