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줄 요약
옥에 갇혀있던 노비들이 나장들과 싸움을 벌이는 사이 똘복(채상우)과 담이(김현수)는 탈출을 시도한다. 이도(송중기)는 병사들을 피해 도망치는 똘복을 산채로 피신시키고 갑자기 나타난 태종(백윤식)에게 반기를 든다. 이도는 깨어난 똘복이 자신을 죽이겠다고 말하자 충격을 받지만 어떻게 조선을 통치할 것인지 답을 얻고 태종과 맞선다. 한편 무휼(조진웅)에 의해 반촌에 남겨진 똘복은 반촌의 수장인 도담댁(송옥숙)에게 대항한다.
오늘의 대사: “지랄이라, 참으로 적절한 말이 아니더냐. 그래, 그만하자 지랄” - 이도
방해가 된다면 혈육마저도 죽이며 권력을 다져온 사람을 아버지로 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어린 나이에 형제를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봤고, 장인을 살려달라며 우는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는 왕, 세종 이도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단 2회 만에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한 사람이 군주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치열한 고뇌를 빈틈없이 그렸다. 아버지에게 “왕을 참칭하지 말라. 상왕은 왕이 아니다. 내가 조선의 임금이다”라며 외친 이도와, 그런 아들에게 칼을 들이댄 태종의 맞대결은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또한 이도가 “대의? 지랄하시지 말라 그래. 우리 아버지 죽여도 되는 대의가 뭔데?”라는 노비 똘복이를 통해 백성을 살리는 것이 임금임을 깨닫는 장면은 그와 똘복이와의 밀접한 관계를 드러내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홀로 궁 안에서 “지랄이라, 참으로 적절한 말이 아니더냐. 그래, 그만하자 지랄”이라는 이도의 말은 그 자체로 진중한 울림을 만들 수 있었다. 탄탄한 이야기와 배우의 열연으로 인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녹여내고, 이도가 무장한 태종을 찾아간 마지막 장면으로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인 <뿌리 깊은 나무>는, 불순물을 찾아볼 수 없는 드라마다.
Best & Worst
Best: <뿌리 깊은 나무>에는 조선 시대의 흥미로운 풍습이 담겨 있다. 가장 멸시를 받으면서도 쉼 없이 일을 해야 하는 노비들은 고된 일상 속에서도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일을 한다. 똘복이의 눈을 통해 비춰진 반촌에도 흥미로운 풍경이 가득하다. 성균관 노비들이 살고 “어명 없이는 관군도 들어올 수 없”는 반촌에는 노동가를 부르며 각자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짚신과 갓을 만들고 담금질을 하거나 참숯을 만들어 쓰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은 당시 풍습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도성 내에서 유일하게 도살을 할 수 있는 반촌의 특징 까지 살린 <뿌리 깊은 나무>의 볼거리가 오늘의 Best.
Worst: Worst라기 보다 안타까운 점은 송중기의 연기를 오래 볼 수 없다는 것. 송중기는 피로 권력을 잡아 온 아버지에 대한 분노, 잘못된 걸 알면서도 쉽게 떨칠 수 없는 두려움, 새로운 조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치이는 젊을 세종을 놀랍도록 치밀하게 표현한다.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아버지와 대항할 때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함과 불안이 담긴 눈, 태종이 보낸 빈 찬합으로 절망에 빠졌다가도 마방진의 힌트를 얻었을 때 희열을 느끼는 모습은 흔히 알려진 세종대왕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흔든 것이었다. 그리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지만 조금씩 입꼬리를 올리는 이도는 배우 송중기의 새로운 얼굴이기도 하다.
동료들과 수다 키워드
- 어린 똘복이, 볼수록 강하다.
- 33방진 배열하고 수학도 잘해야 하는 궁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 범상치 않은 무휼의 카리스마. 그리고 다시 봤다, 송중기.
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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