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플랜트 전문업체 성진지오텍이 359억원에 달하는 외환파생상품 투자손실 위기에 처했다. 3년전 키코(KIKO) 거래로 총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기억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다시 한번 된서리를 맞게 된 것.
18일 성진지오텍은 올 들어 9월말까지 359억원 규모의 외환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손실액은 자기자본의 23.6%에 해당하는 규모다. 성진지오텍이 이용한 외환 파생상품은 '통화선도거래'로 약정한 시점에 약정한 수준 이하로 환율이 떨어지면 이익이 발생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손실을 입게 되는 구조다.
이 회사는 수출비중이 80%를 넘는 업체. 달러로 받은 수출대금의 원화 환산액이 환율 하락으로 줄어들 경우를 대비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성진지오텍은 미래의 환율을 하락쪽 방향으로만 예상했다가 지난 9월 들어 환율이 급등하자 손실을 입게됐다.
성진지오텍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까지만 해도 환율하락이 우려되던 상황인 만큼 원달러 환율 1100원 수준을 예상하고 통화선도거래에 나섰다”며 “손실액 대부분은 9월 환율급등시기에 발생했고 이와 관련한 헤징만기일은 내년 7월이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환율이 안정되면 손실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3분기가 끝난 9월30일 환율 1179.5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359억원의 손실이 평가됐을 뿐 만기일에 환율이 다시 1100원 수준으로 내려간다면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내년 7월 환율이 9월말 평가보다 더 높아진다면 실현 손실액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지난 8월1일 1049원 수준이던 환율은 유럽 재정위기로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자 9월22일 1193원까지 치솟았다. 18일 현재는 1148원선으로 진정됐지만 아직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년전 키코(KIKO) 상품은 환율이 일정 구간을 벗어나면 대규모 손실을 보는 구조였다. 이번 상품은 환율이 예상보다 위로만 가지 않으면 되는 구조다. 키코에 비해 위험도는 덜 하지만 환율이 예상치를 벗어났을 때 대규모 손실이 난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증시 한 전문가는 “키코의 악몽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이같은 위험한 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수출기업이 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할 수 있지만 이처럼 위험이 동반된 방법은 헤지가 아니라 투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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