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상고 포기, 외환銀 매각 최적 해법은/전문가 시각
고등법원은 6일, 지난 2003년 외환카드 합병 과정에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한 혐의(증권거래법위반 등)로 기소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론스타는 13일 재상고를 포기했다. 법원의 판결과 론스타의 재상고 포기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매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쟁점이 있다.
지난 6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조경란)는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에 대한 파기환송심을 열고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벌금 42억원에 대해서는 선고 유예했다. 재판부는 “유 전 대표는 이사회에서 허위 감자설과 관련된 발표를 주도하는 등 증권시장의 신뢰를 저해한 가능성이 크다”며 유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또 “주가 조작으로 외환은행은 123억7500여만원, 론스타 펀드는 1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이들의 이익은 곧 외한카드 소액주주의 피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론스타는 이에 대해 13일 재상고를 포기했고 유죄가 확정돼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었다. 재상고해도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고 시간이 지연될수록 외환은행 주식 매각 협상에서 불리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매매가’ 등 몇 가지가 변수로 남아 있는 상태다.
매각기간, 매각명령 방식이 쟁점
지난 7월 하나금융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51%를 4조 4000여억원에 사기로 했다. 주당 1만 3000여원인데 당시 시가보다 4000원 정도나 얹어 줬다. 그런데 지금은 주가가 7천 7백원대(10월14일 9시 현재) 정도로 떨어져서 계약대로 팔면 70%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는 셈이어서 가격 재협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두 가지 쟁점이 더 있다. 하나는 금융 위가 한 달 정도 기간 동안 매각명령을 내리는 것과 6개월 매각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또 하나는 무조건 매각명령을 내리느냐의 여부다. 우선 금융위는 13일 강제 매각명령의 전 단계인 대주주 적격성 요건 충족 명령을 조만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유죄 판결로 대주주 자격 요건을 잃은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의 요건이 안 될 경우 대주주에게 시간을 줘 회복할 수 있는 경우를 상정해 만들어놓은 규정에 의해서다. 하지만 론스타의 사례는 충족 명령이 의미가 없어 최대한 짧게(한 달)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외환은행 주식 처분명령을 위한 법률 검토를 이미 진행하고 있고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매각 명령은 ‘징벌적 의미’가 강하다. 즉, 단기간에 주식을 팔아야 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대주주가 엄청난 재산적 손해를 입게 된다. 하나금융지주가 현재 매매계약이 체결되어 있지만, 은행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금융위의 판단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변수로 남아 있던 론스타의 대법원 상고 여부는 일단락됐고 금융위 승인 여부,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가격 협상 여부 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행기간이 끝나면 금융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51.02% 가운데 10%를 초과하는 41.02%에 대해 매각명령을 내리게 되며 은행법상 처벌받은 대주주에 대해서는 6개월 내 10%를 넘는 지분을 처분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이르면 오는 19일, 늦어도 내달 2일과 16일 중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매각명령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임시 금융위를 열어 처리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만일 론스타가 지분 매각을 거부할 경우 규정에 따라 금융위는 하루에 장부가의 1만분의 3(약 4억원)을 이행 강제금으로 부과하게 된다.
매각기간 길면 먹튀논란 재연 우려
매각 기간에 따라 론스타의 입장은 달라진다. 금융위가 6개월 정도의 긴 시간을 준다면 론스타가 가격을 깎자고 나오고 있는 하나금융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제 매각명령이 내려진다 해도 이행 시기가 몇 달 남아 있고, 매각명령에 대해 론스타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적지 않은 시간을 벌 수 있다.
론스타가 시간을 가지면서 세계 금융시장 안정과 원화 가치 상승을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론스타는 올해 배당과 내년 1분기 배당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먹튀 논란이 예상된다.
M&A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금융위의 한 달 시간의 조건 없는 매각명령으로 론스타가 기존 우선협상 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와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 그 사이에 유럽 금융 위기로 시장 상황이 급변한 점은 인수협상 과정에서 가격을 적절한 수준으로 반영하는 협상이 이뤄져, 먹튀 논란에 대한 부담도 해소하고 외환은행 연내 매각이라는 점도 실현시키고,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었던 론스타도 매각작업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달 정도의 기간만 준다면 하나금융에 절대 유리한 구도다. 이미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의견 접근을 본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 상태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법률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어떻게든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최대한 빨리 팔도록 할 것”이라며 “다만 당국이 시장가격으로 팔라는 등의 매각 방식까지 명령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국익 차원에서도 다른 곳이 인수하는 것보다 하나금융에 매각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징벌적 명령’ 금융위 수용 어려워
강제 매각명령을 내린다면 금융위가 어떤 방법으로 강제 매각명령을 내릴지가 포인트다. 외환은행 노조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하고 시장가격에 공개 분산 매각하는 징벌적 강제매각 명령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상 근거 규정이 마땅치 않아 금융위가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일어났던 론스타 사건에 대해 조금 더 짚어보면 ‘매각명령 방식’의 주장이 어떻게 갈리는지 알 수 있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8월 2조 1548억원에 외한은행을 인수했다. 고율 배당과 일부 지분매각 등을 통한 원금 회수(7000여억원), 매각대금(4조4000여억원)을 더하면 론스타가 챙긴 돈은 5조원 이상이다.
하지만 론스타는 지난 8년 동안 배당금을 통한 이익을 챙겼을 뿐 외환은행 발전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이유로 4년여 동안 ‘먹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론스타 사건은 2006년 3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 관련” 감사원 감사 청구와 검찰 고발을 시발로 현재까지 5년 여간 관련 재판과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0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임영호 의원(자유선진당, 대전 동구)은 “그동안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임이 분명히 밝혀졌음에도 금융 감독 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질타한 바 있다.
올해 4월 두 번에 걸쳐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부터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임을 밝혔고, 5월에는 론스타 펀드가 일본에서 비금융 자산인 골프장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어 산업자본임이 다시 한 번 밝혀졌기 때문에 론스타는 더 이상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임 의원은 “금융 감독 당국이 마지못해 2010년 12월말 기준으로 재심사하겠다는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는 사이 론스타는 지난 6월 중간배당과 하나은행 대출을 통해 2조원이라는 거금을 챙겼다”며 “론스타가 지난 8년간 대주주 행세를 하며 무단 점유·농락하고 있는 국가재산인 외환은행(매각 당시 정부 지분 43%, 현재 12% 보유)을 조기 정상화 시키는 것만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와 예이다”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이하:범국본) 김준환 사무처장은 재상고 포기 후 13일 논평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관련 ‘취소’와 ‘무효’에 대해 하나를 선택해야 될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취소는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 관련 감사원 감사 조치 결과(2007.3)에 대해 인수 승인 취소 유보(2007.5)하겠다고 했지만, 이제 금융위원회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돼 당연한 후속조치라는 것.
무효는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스스로 범국본과 임영호 의원실 공동으로 론스타 특수관계사 35개 추가 확인(KBS, 일본골프장 방영 포함)과 “론스타는 비금융 주력자로 원천무효다.” 공동기자회견 관련 여러 의원들의 국회 질의에 세 차례(2011.4월, 9월, 10월)에 걸쳐 론스타의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김준환 사무처장은 “산업자본 문제로 현재 론스타 의결권 부존재 재판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외환은행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만 논의되어야 한다”며 “법치국가라면 당연히 사법적 절차가 종료된 이후에 외환은행의 재매각을 검토해야 하는 것이 순리고 상식이다”라고 말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선고 후, 금융위원회가 강제매각 명령을 내리고 그 결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기정사실화하는 언론보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 복수노조로 새롭게 결성된 외환은행 민주노동조합(이하 민주노조)은 론스타의 법적 불확실성이 외환카드 주가 조작 재판만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님을 주장하고 나섰다.
심상달 민주노조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수차례 언급했듯 론스타의 법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시점은 론스타 의결권 부존재 재판과 산업자본 은폐의혹 검찰 수사의 완료에 있다”며 “외환카드 주가 조작 재판 외에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론스타 의결권 부존재 재판과 검찰 수사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면서, 동시에 실현 가능한 독자생존 방안을 병행해서 홍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노조와 시민단체, 학계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징벌적 매각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노조와 외환은행 직원 등 4000여명은 13일 저녁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징벌적 매각명령'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경영권이 박탈된 주식에 대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왜 보장해주는지, 징벌적 매각을 하면 2조 5천억이면 되는데 왜 5조 2천억원을 지급하느냐는 것이 촛점이다.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은 “대법과 고법이 론스타 유죄를 판결하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론스타에 대한 징벌적 매각명령을 촉구했다”면서 “사법부와 입법부가 멍석을 깔아줘도 론스타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금융당국이 왜 필요하냐”고 비판했다.
증권가 “징벌적 매각명령 가능성 낮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금융위의 징벌적 매각 명령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더 이상 판단을 유보할 명분도 없기 때문에 조만간 외환은행 매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영업 시너지 면에서 긍정적이며 KB, 신한, 우리은행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가장 지배적인 의견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하나금융지주는 우리(358조), KB(354조), 신한(329조)과 비슷한 총자산이 309조원으로 뛰어올라 '업계 4위'금융그룹이 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선의 시나리오는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계약 시한인 11월 말 이전에 특별한 조건이 없는 주식 매각 명령이 내려지는 것”이라며 “이 경우 하나금융은 양측의 계약 조건에 따라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가격 인하가 이뤄지면 긍정적 효과는 더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징벌적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며 “하지만 징벌적 강제매각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있어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진석 연구원도 “향후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처분명령을 내릴 것으로 보이며 결국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한편, 금융위가 예상을 뒤엎고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일부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린다면 론스타는 장내에서 정해진 기한 내에 지분을 분산 매각해야 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코노믹 리뷰 이학명 mrm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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