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은 어디로 가나 - ④ TV 조선 편

올 12월 개국을 앞둔 4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앙일보가 최대주주인 jTBC, 조선일보가 최대주주인 TV 조선과 동아일보가 최대주주인 채널A, 매일경제가 최대주주인 MBN 등은 현재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및 방송사의 전략을 공개하거나 드라마의 경우 이미 촬영에 돌입하기도 했다. 종편 개국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이 공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종편 선정을 둘러싼 미디어법 개정 과정의 위법성은 지금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종편은 분명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 이 채널들이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채널의 핵심 경쟁력인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각 종편의 전략을 짚어봤다. 또한 종편은 아니지만 케이블 업계의 최강자이자 최근 지상파 예능 PD를 대거 영입하며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CJ E&M의 전략도 함께 살펴봤다. 네 번째 순서는 TV 조선이다.

조선일보가 최대주주인 TV 조선은 다른 종편에 비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보다는 보도와 교양 프로그램에 힘을 쏟고 있다. 보도 인력 충원 소식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관련 소식보다 먼저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TV 조선이 종편 사업계획서에 명시한 방송 비율 또한 뉴스와 교양이 60%를 차지한다. 구체적인 교양 프로그램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역사, 사회, 문화, 경제 등 각종 분야를 소재로 한 작품이 구상중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V 조선 관계자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많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물론 라인업이 다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모기업이 조선일보의 보도 역량을 살리기 위해 보도와 교양에 집중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CSTV에서 TV 조선으로 명칭을 바꾼 것처럼 조선일보가 확보한 타깃을 이어가려는 전략인 셈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개국 드라마 또한 조선일보 주 구독층인 중장년층을 위한 작품이 많다. 배우 황정민이 출연할 것으로 알려진 <한반도>는 통일된 한국이라는 가상 배경으로 펼쳐지는 것으로, 정치와 멜로가 섞인 작품이다. 주인공 고봉실 여사의 좌충우돌 인생을 담은 주말극 <고봉실 여사 구하기>는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배우 김해숙, 천호진, 독고영재, 김혜옥 등이 대거 출연한다. 여기에 구체적인 내용과 제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수현 작가가 집필하는 특집 3부작도 준비돼있다. TV 조선 관계자는 “막장 드라마, 10대가 위주인 드라마는 편성에서 대부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MBN이 젊은 세대가 다가갈 수 있는 시트콤에 집중하고 jTBC와 채널A가 트렌디 드라마를 포함하고 있는 것과 다른 방향인 셈이다.

특히 TV 조선은 보도와 교양을 제외한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사에게 맡기는 방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타 종편도 대부분 외주 제작 비율이 높지만 지상파 예능 PD를 대거 확보해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고 계열사인 제작사를 통해 드라마를 만드는 jTBC와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이는 TV 조선 오지철 대표가 말한 제작사와의 상생 구도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초기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기도 하다. TV 조선 관계자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투자는 위험하다. 내부 인건비 등을 줄이고 배우와 작가, 제작사에 집중 투자해 콘텐츠 질을 높이는 방향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반도>의 경우, 100억 제작비가 투자된 블록버스터라고 알려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사들이 종편의 이런 방향을 반가워하면서도 개국 시기 이후에도 유지될지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것처럼, 제작사와의 상생은 무조건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는 없다. 또한 젊은 층을 주로 공략하는 다른 종편 사이에서 TV 조선의 전략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지도 미지수다. 그만큼 타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의 질이 중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 TV가 조선 일보이 구독자층을 TV에서도 옮길 수 있을까. 이들의 전략이 종편 전쟁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사진제공.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