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난 감독대행이야. 우리 팀 사정을 하나도 몰라, 허허."
허재 KCC 감독의 흰머리는 눈에 띄게 더 늘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 가운데 가장 바쁘고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봄엔 2010~2011 시즌 챔피언에 오르며 달콤한 열매를 땄지만 여름 내내 대표팀을 이끌며 2012 런던올림픽 티켓을 향해 구슬땀을 흘렸다. 정신없는 여름과 초가을을 보내고 소속팀에 왔더니 벌써 시즌 개막이란다. 디펜딩챔피언 KCC는 그렇게 수 개월간 사령탑 없이 조용히 시즌을 준비했다. 감독으로서 속이 탈 법도 하다.
허재 감독은 최근 열린 KB국민카드 2011-2012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나는 사실 감독대행이나 마찬가지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허 감독은 이어 "오랫동안 팀을 비워서 성적에 대해 얘기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그냥 감독대행으로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지금은 6강 플레이오프보다는 1경기씩 차근차근 치러가면서 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허재 감독은 챔피언을 향한 '본능'은 숨기지 못했다.
허재 감독은 '진짜' 올시즌 목표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용히 "사실 올시즌까지는 꼭 우승을 하고 싶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올시즌까지'라는 말은 귀화혼혈선수 규정에 따라 올시즌 후 KCC를 떠나는 전태풍과 역시 올시즌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시작할 예정인 하승진을 염두한 발언이다.
허 감독은 "내가 없는 사이 코치들이 팀을 잘 만들어놨다"고 슬몃 웃음을 지으며 "우리 용병도 괜찮다. 키(203cm)가 좀 작긴 하지만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는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KCC는 올시즌도 여전히 우승 후보 1순위다. 지난시즌 챔피언 멤버 가운데 강병현만이 상무에 입대해 빠졌을 뿐 전태풍, 추승균, 임재현, 하승진 등이 건재하다. 허재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조련 아래 모든 선수들이 '이기는 법'과 '챔피언 내공'을 몸에 익혔다. 대부분의 팀들이 신인과 외국인선수로 업그레이드했지만 큰 보강이 없는 KCC에 가장 큰 두려움을 갖는 이유다.
허재 감독은 "부상 선수가 없다는 것도 다행이다"며 "올해도 늦게 시동이 걸릴 지도 모르지만, 올시즌까지는 어떻게든 우승을 하고 싶다. 지켜봐달라"며 웃었다.
13일 오후 7시 전주체육관에서 서울 SK와 개막전을 갖는 KCC. 소리없이 시즌을 준비한 '허재 호'가 또한번 최강팀의 위용을 발휘할 지 기대된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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