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미국 시카고의 한 임신부가 만삭의 몸으로 시카고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완주한 후 몇시간 뒤 출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AP통신은 11일(한국시간) 앰버 밀러(27)라는 시카고 교외에 사는 임신 39주된 여성이 현지시간으로 9일 오전 열린 시카고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풀코스를 다 뛰고 난 후 건강한 딸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통상 임신 기간은 40주 내외로, 밀러는 출산이 임박했음을 알고도 경기에 나선 것이다.
출산 후 한 병원에서 회복 중인 밀러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달리기에 푹 빠져 있다"며 "일요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다"고 웃었다.
시카고마라톤 출전으로 8번째 마라톤 완주 기록을 갖게 된 밀러는 이번대회 출전 신청을 한 다음날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지만 그는 대회에 나갈 수 있든 없든 일단 훈련을 시작했고, 대회 출전을 앞두고 담당의사로부터 "절반만 뛰라"는 허락을 받아내고 스타트라인에 섰다.
밀러는 반은 뛰고 반은 걸으면서, 또 충분한 음료와 음식을 섭취하면서 6시간25분50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곧바로 진통을 느껴 병원으로 옮긴 밀러는 7시간 만에 3.54kg의 건강한 딸을 낳았다. 밀러는 "만삭의 몸으로 뛴다고 주위에서 안좋은 말을 할 줄 알았는데, 레이스 내내 많은 사람들이 힘내라고 응원을 보내줘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도 마라톤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물론!" 이라고 답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편 엘리트 스포츠 선수 가운데서도 임신한 상황에서 마라톤을 뛴 전례가 있다. 현재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파울라 래드클리프(영국)는 임신한 상태에서 22.5km를 달렸다. 그는 첫아이를 출산한 뒤 몇 주 만에 훈련을 재개했고 10개월 후에는 2007 뉴욕마라톤을 제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신부가 마라톤에 나선 적은 있지만 밀러처럼 만삭의 몸으로 출전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임신 전 달리기 경험이 있거나 건강했던 여성들은 임신 중 레이스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의사들도 임신부들에게 간단한 운동을 권하는 편이다. 하지만 생애 첫 마라톤을 임신 중에 시작하는 등의 과한 운동은 적절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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