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가 게임을 이긴다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여기 '문화'를 이야기하는 장난감 업체 대표가 있다. 탑블레이드 팽이를 만들어 전 세계 매출 1조원이라는 기록을 이뤄낸 최신규 손오공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누군가는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팽이로 하나의 '놀이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낸 최 대표는 그렇게 '1세대 콘텐츠 리더'로 자리매김 했다.
최 대표의 사업 철학은 분명하면서도 힘이 있다. 장난감으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어울리는 '놀이의 장', 나아가선 '놀이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손오공이 출시한 장난감과 온라인 게임 등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모두가 팽이를 한물간 장난감으로만 여겼을 때 최 대표는 생각을 달리 했다. '팽이로 아이들을 온라인 게임 세상에서 끌어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얼굴을 맞대고 놀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장난감 개발에 매달렸다. 그렇게 나온 게 바로 2001년 애니메이션 '탑블레이드'와 함께 등장한 '탑블레이드 팽이'다.
최 대표는 그 뒤에 선보인 차세대 팽이 '마그나렉스'와 '슈퍼스타 K 온라인 게임'을 만들면서도 '문화'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다. 마그나렉스엔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감성'을 넣었고, 슈퍼스타 K 온라인 게임에는 온 가족이 함께 운동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가족 문화'를 담아냈다.
최 대표는 6일 이와 관련해 "자꾸 팽이를 생각했던 건 팽이야말로 가족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팽이는 작은 장난감에 불과하지만 이런 작은 것들로 사람들이, 가족들이 함께 놀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모들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아이들의 게임 중독이 문제라고 얘기만 하지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선 말을 안 하고 있다"며 "게임 중독을 지적만 할 게 아니라 장난감을 매개로 잠시나마 가족이 함께 놀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놀이 문화를 구상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려 늦어도 매일 오전 5시쯤이면 잠을 깬다는 최 대표의 꿈은 이제 세계를 향해 있다. 현재 유럽 등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문화 콘텐츠 사업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문화 수출의 핵심은 '융합'에 있다고 강조했다. 장난감이나 애니메이션, 게임 가운데 어느 하나만 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장난감이나 게임 등 하나만으로는 분명히 놀이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손오공이 탑블레이드 팽이 등으로 10년 이상 증명해 왔듯이 콘텐츠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게임과 장난감, 애니메이션 등을 한 데 모아 어우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끼리, 가족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즐겁게 놀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최 대표의 꿈은 그가 최근 펴낸 '멈추지 않는 팽이'에 더 깊이 있게 담겨 있다.
멈추지 않는 팽이/ 최신규 지음/ 마리북스/ 1만4000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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