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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사망, 할리우드도 '후원자'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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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세계 IT업계 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CEO)가 사망하면서 미국 영화산업계도 든든한 후원자를 잃었다. 잡스는 영화·TV·음악 등 문화 콘텐츠 산업을 디지털 시대로 이끈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25년 전 잡스가 인수했던 ‘스타워즈’ 시리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의 컴퓨터그래픽(CG) 부서는 ‘픽사(Pixar)’로 이름을 바꾸고 오늘날 세계 CG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로 성장했다. 잡스는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했던 이였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산업 관계자들을 매혹시켰고, 때로는 그들에게 분노했으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회유하기도 했다. 잡스는 월트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전 CEO와 영화산업 파트너십을 놓고 충돌한 반면 그의 후임인 로버트 아이거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잡스는 산업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거침없이 도전했다. ‘토이 스토리’로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열었고, 아이팟과 아이튠즈로 음반사들의 음원유통구조를 완전히 뒤집었다. TV쇼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 제작사들과 온라인 판매를 협상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애플과 처음으로 손잡은 곳도 디즈니의 ABC였다.


친구인 로버트 아이거는 “스티브와 몇 개월에 걸쳐 TV쇼프로그램을 아이튠즈로 제공하는 것을 논의했다. 스티브가 내게 동영상 재생기능을 갖춘 아이팟을 처음 보여주자 곧바로 ‘한번 해 보자!’고 외쳤다”고 회고했다. “1년 뒤에는 아이튠즈에서 영화도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원했던 것이고 동시에 우리의 사업목표가 들어맞았음을 확신했다.”

디즈니는 2006년 픽사를 잡스로부터 74억달러에 인수했고 잡스는 디즈니의 지분 43억5000만달러 규모를 가진 최대 투자자가 됐다.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제작사들은 온라인 영화콘텐츠 배급에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2000년대 초부터 P2P방식 파일공유 등이 보편화되면서 음반업계는 불법다운로드에 완전히 초토화되다시피 했고, 영화업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잡스는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뉴스코퍼레이션 산하 폭스필름엔터테인먼트의 짐 지아노풀로스 공동회장은 “스티브가 전화를 걸어와 ‘바로 이게 최선인데 왜 주저하고만 있느냐’고 설득했다”고 회고했다.


지아노풀로스는 잡스와 영화 배급 문제를 논의하다가 절친한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그는 “어느날 스티브가 회의에 와서 ‘끝내주는 거 하나 보여줄까?’하더니 재킷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아이폰의 첫 시제품이었다”면서 “마치 처음 우주선을 공개하는 사람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잡스가 영화를 넘어 미디어산업 전반의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으며 이는 잡스 자신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아이튠즈는 세계 최고의 온라인 영화콘텐츠 판매 플랫폼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온라인 영상 다운로드 판매와 VOD(주문형비디오) 매출의 66%가 애플 아이튠즈다. 또 NPD그룹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2010년 미국 음원판매시장의 70% 역시 아이튠즈를 통해 이루어졌다.


애플과 첫 음원제공 계약을 맺었던 워너뮤직그룹의 폴 비디치 이사는 “스티브는 해적행위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면서 “그것은 바로 소비자들에게 더욱 편리함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음반업계 관계자들도 불법다운로드에서 음반업계를 살린 구원투수로 잡스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인터스코프·게펜·A&M의 지미 로빈 회장은 “스티브 잡스는 모두가 벽만 내리치고 있을 때 진지한 고민을 했던 사람”이라면서 “음반산업은 독점적 콘텐츠를, 애플은 훌륭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간단하지만 최고의 해결책이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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