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베르투는 영국의 고가 명품 휴대폰 생산 기업이다. 본래는 핀란드의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의 자회사로 1998년 출발했지만 지금은 완전한 독립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는 물론 판매점, 제품 어디에서도 노키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전화 연결음도 노키아와는 다르다.
이 회사가 판매하는 휴대폰은 영국에서는 평균 5000파운드(한화 약 923만 원)를 넘는다. 유럽에서도 5000유로(한화 약 795만 원), 최고 1만2500유로(1987만 원)에 팔리고 있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만든 가장 비싼 휴대폰은 '시그너쳐 코브라'로 21만3000파운드(한화 3억9200만 원) 짜리였다.
그런데도 베르투의 고가폰은 좀 과장하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30만 대 이상 팔렸고,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두자리 숫자 이상의 판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베르투폰의 특징은 휴대폰이라기보다는 장식품에 가까울 정도의 비싼 소재를 썼다는 점이 꼽힌다. '시그너쳐 콘스털레이션' 시리즈의 경우 금으로 된 케이싱과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연마해 만든 디스플레이, 루비를 사용한 키보드 등을 채택했다. 이 휴대폰을 갖는 것 자체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도록 만든 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르투가 '고가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일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 페리 우스팅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다. 그는 유럽의 명품 브랜드 '불가리'에서 금세공 디자이너를 지내다 2009년 초 베르투에 합류했다. 럭셔리 브랜드 구찌, 프라다, 에스카다 등에서도 고위직을 두루 역임한 우스팅 CEO는 명품이 뭔지를 아는 경영자이다.
그가 사령탑을 맡은 후 매출은 전년대비 50% 이상 신장됐다. 중국과 러시아, 중동 지역 국가에서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었다. 서유럽의 고급 명품 휴대폰 시장도 장악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이처럼 비싼 베르투의 명품 휴대폰은 지난해 서유럽 명품 스마트폰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페리 우스팅 베르투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50)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최근호(10월3~9일) 인터뷰에서 베르투의 성공요인을 베르투만의 특출한 서비스에서 찾았다.
그동안 판매한 베르투 럭셔리 휴대폰은 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화질 카메라나 터치스크린은 탑재하지 않았다.운영체제도 노키아의 '낡은' 심비안이었다. 저급기술(low tech)을 사용한 제품이었다. 그렇지만 보석과 티타늄 등 이색소재를 사용해 '값비싼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구축했다.
그는 "베르투폰의 인기비결은 콩시에르쥬(Concierge)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휴대폰의 측면에 있는 '콩시에르쥬' 버튼을 누르면 중국어,러시아어,아라비아 등 9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식당과 호텔 예약에서부터 생일선물 배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24시간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첫해에는 무료이고 그 다음해부터는 연간 3000달러를 내야 하는 유료서비스다. 우스팅 CEO는 "이 서비스는 베르투가 아르마니와 태그호이어, 베르사체, 포르쉐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최근 출시한 고급 휴대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라고 역설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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