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스티브 잡스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가 5일(미국 현지시간) 사망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업체가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명한 가운데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극구 말을 아끼며 침묵을 유지했다. 애플과 스마트폰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데다 특허 소송으로 얼룩진 상황에서 입을 열다가는 자칫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6일 스티브 잡스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스티브 잡스의 사망과 관련해서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다는 게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모바일 시장의 전망 등 잡스의 사망과 관련한 모든 내용에 대해서도 오늘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LG전자, 팬택 등 다른 국내 휴대폰 업체와는 상반되는 반응이다.
LG전자와 팬택 관계자 모두 "스티브 잡스의 사망으로 스마트폰 업계의 큰 별을 잃었다"며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두 업체와 달리 극구 말을 아끼는 것은 애플과의 특수한 관계에 있는 만큼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경쟁 관계인 데다가 특허 소송으로 얼룩질 수 있어 어떤 말을 해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스티브 잡스의 부재가 삼성전자에 '반사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 상황에서 입을 여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울 수 있다. 부정적인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다가 석패했다. 오는 4분기에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 문제로 애플과 주거니 받거니 소송전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에서 애플이 삼성의 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며 아이폰4S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4일 아이폰4S를 발표한 지 하루만에 나온 조치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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