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최근호(10월 17일자)에 '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 리스트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위는 식료품 제조업체 크래프트 푸즈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아이린 로즌펠드다.
그러나 영향력과 보수는 비례하지 않는 듯. 포천은 지난해 재계에서 보수를 가장 많이 챙긴 여성 리스트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인 로즌펠드 회장이 지난해 총 보수로 1347만5794달러(약 160억7000만 원)를 가져간 한편 4209만5887달러(약 501억7000만 원)나 챙긴 여성이 있다.
그가 바로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업체 오라클의 사프라 카츠(50·사진)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공동 사장으로 '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 리스트에서는 11위에 올랐다.
이스라엘 태생인 카츠는 6살 때 부모 손에 이끌려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으로 건너갔다. 현지 고교를 졸업한 그는 1983년 펜실베이니아 대학 워튼 스쿨에서 학사 학위를, 1986년 같은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카츠가 오라클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99년이다. 그가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과 알게 된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 도널드슨 러프킨 앤 젠렛에 몸 담고 있을 때였다. 그는 도널드슨에서 1986년부터 소프트웨어 업계를 담당하다 엘리슨과 가까운 친구가 됐다. 카츠의 지적 능력에 매료된 엘리슨은 13년 뒤 그녀를 오라클로 데려왔다.
엘리슨과 카츠는 하루 다섯 번 대화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카츠의 힘은 엘리슨과 코드가 같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도 있다. "아저씨뻘 되는 임원들이 회의에 구체적인 자료도 없이 들어와 카츠와 격론을 벌이다 울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례가 숱했다"고 말하는 전 임원이 있을 정도로 그는 단호한 면을 갖고 있다.
카츠는 효율성을 매우 중시한다. 카츠가 오라클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콜센터는 수십 개였다. 그러나 지금은 표준 시간대별로 5곳만 운영한다.
카츠는 언론이라면 질색한다. 그는 2007년 포브스와 가진 회견에서 "TV에 출연하거나 무대에 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어쩌다 갖게 되는 인터뷰에서는 불편함을 감추지 못한다.
당시 카츠는 "엘리슨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누가 뒤를 이을지 모르겠다"며 분명한 것은 자신이 "그 자리를 원치 않는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엘리슨도 카츠가 "명성과 부의 힘을 잘 알지만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카츠는 엘리슨의 의중을 실천에 옮기는 참모장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오라클 내부에서 카츠를 추종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오라클의 공동 사장으로 임명된 것은 2004년 1월이다. CFO를 겸하게 된 것은 지난 4월 25일부터다. 하지만 그는 2005~2008년 CFO를 역임한 바 있다.
카츠는 2009년 포천이 선정한 '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 리스트에 12위를 장식했다. 같은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스트에서는 16위에 올랐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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