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400대 부자' 리스트 가운데 일부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학을 아예 가지 않거나 중퇴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억만장자가 되는 데 대학 졸업장이 과연 필요한 걸까. 일각에서는 대학 교육 과정에 기업인으로 훈련시키는 코스가 없어도 대학 교육이 유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400대 부자' 리스트의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 가운데 대학을 다니다 그냥 그만 둔 사람, 대학에서 그나마 한두 가지 건지고 그만 둔 사람, 아예 대학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 몇몇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학에 들어갔다 그냥 그만둔 억만장자=이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데이비드 게펜(68)이다. 영화·음반 업계에서 축재한 게펜의 현 재산은 55억 달러(약 5조5200억 원)다. 그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진 않지만 지분을 갖고 있는 드림 웍스 SKG는 영화, 비디오 게임, TV 프로그램 제작 업체다.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 중퇴자인 게펜은 어사일럼 레코즈, 게펜 레코즈를 설립했다 1990년 5억5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재산이 42억 달러에 이르는 미키 애리슨(62)도 대학 중퇴자다. 대형 유람선 운영업체 카니발의 최고경영자(CEO)인 애리슨은 프로농구팀 마이애미 히트도 갖고 있다.
레슬리 웩스너(74)가 소매업체 제국 리미티드 브랜즈를 설립할 당시 갖고 있던 돈은 친지들에게서 빌린 5000달러가 전부였다. 현재 38억 달러 상당의 재산을 갖고 있는 웩스너는 오하이오 주립 대학을 다니다 그만 뒀다.
◆대학에서 그나마 한두 가지 건지고 그만둔 억만장자=대학 졸업장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그러나 대학 교육 과정에서 한두 가지를 얻어 창업에 성공한 대표적인 억만장자가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56)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27)다.
잡스는 언제나 기능성과 아름다움이 겸비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기업인이자 발명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오리건주 포틀랜드 소재 리드 대학을 한 학기 다니다 그만뒀다. 그러나 잡스는 2005년 6월 스탠퍼드 졸업생들 앞에서 "내가 그나마 대학을 한 학기라도 다니지 않았다면 맥 컴퓨터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연설했다. 그의 현 재산은 70억 달러다.
저커버그는 2004년 2월 하버드 대학 기숙사 방에서 페이스북을 출범시켰다. 페이스북은 애초 하버드 대학 재학생들이 서로 알고 지낼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온라인 디렉토리였다. 이것이 발전해 오늘날의 소셜 네트워킹 웹사이트가 된 것다. 같은 해 6월 저커버그는 1년 휴학계를 내고 페이스북의 근거지를 캘리포니아주 팰러앨토로 옮겨 일에만 매달렸다. 이것이 저커버그가 하버드 대학과 영영 이별하는 계기였다. 하지만 그가 하버드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면 페이스북은 물론 현재 175억 달러에 이르는 그의 재산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학에 아예 들어가지 않은 억만장자=이집트 태생으로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을 이끌고 있는 하임 사반(66)은 맨손으로 시작해 오늘날 29억 달러 상당의 자산가가 됐지만 학력은 고졸이 전부다.
대학 문턱을 넘지 않은 것은 존 폴 디조리아(67)도 마찬가지다. 그는 고교 재학 중 담임 교사로부터 "넌 무엇을 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용제품 브랜드 폴 미첼과 음료 브랜드 패트론의 창업자인 디조리아는 현재 순재산 규모가 40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인으로 보아란듯이 성공했다.
홈 인테리어 제품 매장 체인 '호비 로비'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그린(69)은 학교를 다니기 싫었다고 공공연히 떠벌린 인물이다. 그러나 그린이 호비 로비라는 체인을 설립할 수 있었던 것은 고교 재학 중 이수한 공예 프로그램 덕이라는 것은 좀 역설적이다. 현재 그린의 재산은 40억 달러.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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