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라시스 마케팅 공모전 본선 PT’ 현장을 가다
애경산업은 브랜드·회사·부문 차원에서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2009년 연구소에서 신제품 아이디어 및 기술공모전을 진행했으며 2010년에는 ‘순샘’ 브랜드에서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한 바 있다. 올 가을 있었던 케라시스 마케팅 공모전은 2012년에도 열릴 계획이다.
“자외선 차단, 얼굴만 하세요? 이제는 머릿결에도 필요합니다.” 지난 9월 26일 관객으로 가득 찬 숙명여대 아트센터. 사방이 캄캄한 가운데 무대 위 스크린이 환했다. 그 앞에 ‘회기동 프리덤’ 팀의 경희대 경영학과 4학년 김관수씨가 서 있었다.
검은 모발에 태양 빛이 더 잘 투과돼 매일 자외선(UV) 차단을 해야 한다는 콘셉트를 들고 나왔다. 그는 이날 ‘케라시스를 통한 에브리 데이(every day) UV 차단 케어’를 설파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더 많은 고객이 ‘케라시스’의 같은 신제품을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저희 팀이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이 대목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좋은 머릿결과 탈모 방지에만 신경 쓰던 때는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향기로운 샴푸에 주목하세요.”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과정은 첫 키스와 같습니다. 첫 키스에 성공한 브랜드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들이 오가는 자리이다 보니, 보안 및 정보 유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최소 인원의 관계자들만 초청했다. 하지만 응원 및 호응도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무대에는 각 대학의 마케팅 연구 학생들로 구성된 12개 팀이 차례로 나와 열기를 돋웠다. 이들은 지난 9월 5일 1차 심사에 통과된 팀들. 이름부터 톡톡 튀고 재미있었다.
과감하고 잦은 스타일링으로 지친 여대생들 머릿결의 애프터케어를 강조한 홍익대 광고홍보학부 4학년 ‘OKGO’ 팀, 지친 모발과 두피의 고급스러운 해독 및 관리를 내세운 고려대 미디어학부·사회학과 ‘연어샐러드’ 팀, 풍부한 거품에 의한 머리 감기를 제안한 숙명여대 경영학부 4학년 외 2명 ‘버블시스터즈’ 팀 등 각 발표자가 잇따라 등장해 10분가량 압축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행사 이름은 애경산업 ‘케라시스 마케팅 컴피티션(공모전)’.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열리던 마케팅 공모전으로 5회째다. 대학생 특유의 패기와 생기, 자신감이 충만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여대생들 생각과 일치하는 제품 만들고자 기획
“대학생이 기업에 제안할 수 있는 ‘쌈빡한’ 상품이나 마케팅이 뭐 없을까?” 2004년 애경의 헤어케어 BM(Brand Manager)들이 던진 이 질문이 케라시스 마케팅 공모전의 발단이었다. 임직원들이 머리를 짜내 답을 구했다. 가장 열정적·창의적인 대학생, 특히 여대생들의 아이디어를 받아 그들의 생각과 일치되는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구현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애경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적 의미가 큰 케라시스 제품에 대해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그걸 공유해 보자.” 케라시스는 2002년 5월 프리미엄 샴푸 시장에 등장한 손상 모발 전용 케어 브랜드.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 앰플 등 4단계 시스템으로 이뤄져 고급 살롱에서 누릴 수 있는 관리 효과를 집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토털 헤어 케어를 지향한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프리미엄 헤어 브랜드로서의 명성을 자랑한다. 그만큼 애경의 15% 이상 매출을 차지하며 중요한 입지를 구축한 것은 물론 젊은 세대부터 어머니 세대까지 함께 호흡하는데 일조하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출시 당시부터 대학생 및 여대생들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왔으며 그 일환으로 마케팅 전략, 디자인 및 신제품 제안 등 공모전 테마를 매번 달리해 참여도를 높여 왔다. 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티브가 풍부한 예비 마케터를 발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퀄리티 높은 아이디어 경연장
케라시스 마케팅 공모전은 1~4회까지 디자인 제안, 마케팅 전략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1회 디자인 공모전에서 당선된 수상작은 나비 문양이 얹혀진 케라시스 염색 손상용 샴푸와 린스의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이다. 실제로 소비자에게 판매된 제품이다.
직접 참여하는 토론의 장 ‘마케팅 아카데미’, 기숙사 오픈하우스 활동, 졸업생 발표회 스폰 등 공모전에서 나온 기발한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전략도 여대생들의 여심에 다가가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자 중심의 전통적 마케팅(ATL)이나 수요자 중심의 양방향 마케팅(BTL)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단다. 그래서 애경도 공모전 기획 단계부터 진행하는 일이 만만찮았다. BTL 활동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행사라는 생각에, 7개월 이상 을 정성들여 준비하고 투자했다.
애경 브랜드마케팅팀 김윤덕 헤어케어CM은 “지난해 말부터 기업들이 시행하는 다양한 대학생 관련 공모전을 면밀히 관찰, 대학생 참여도를 최대한 높게 끌어올릴 수 있는 테마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부터 시작했다”며 “아주 작은 아이디어라도 소중하게 접수받고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로 인해 이번에는 마케팅전략 제안과 더불어 첫 신제품 개발 제안까지 테마를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방학기간에 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게 한 점도 세심한 전략 가운데 하나였다.
1차 공모전 응모팀이 450개팀 가까이 달했으며 1021명의 많은 학생들이 참여한 점, 기존 케라시스 마케팅 공모전들보다 제안 퀄리티가 높았다는 점에 애경이 의의를 둔 것도 이러한 철저한 준비와 투자 때문이란 얘기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공모전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유독 많았던 공모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카페 ‘스펙업’에서 자주 회자되고 대학 전문 신문이나 잡지에서 직접 취재를 나오기도 했다. BTL 행사를 추진하면서 여러 돌발 상황이 발생되지만 가장 어려운 건 장소 선정. 김윤덕 CM은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접근 측면에서 편리한 서울역 주변의 행사장을 선정하고자 했다”며 “이 때문에 인원 수, 일정, 위치 등에 모두 부합되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취업 스펙 쌓기 대학생들 불꽃 경쟁
“경쟁사 제품들을 주로 쓰다 보니 머리숱이 별로 없네요, 하하. 이공계 전공자들이 아니면서 훌륭한 아이디어가 이렇게나 많이 나오다니…. 참으로 놀랐습니다.” 이번 공모전 심사를 맡은 애경 연구생산부문장 조인식 전무는 관객석을 한바탕 웃음으로 만들고는 소감을 말했다.
창의력, 논리력, 실현 가능성. 케라시스 마케팅 공모전의 심사 기준이다. 올해는 특히 심사가 매우 까다롭고 어려웠다고 전해졌다. 40~50여분이나 늦어지는 수상작 발표 시간을 행운권 추첨 이벤트로 대신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애경 마케팅부문장 이석주 상무는 “뛰어난 참가자들이 많아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며 “대학생들의 참신함이 돋보였고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그들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서울대 경영대 주우진 교수도 “형태, 시간, 향 등 다양한 차별화 전략들이 설득력 있었다”며 “20~30대를 하나의 범주로 묶어 생각해 왔는데 이들 세대 간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또 아직까지 부모의 영향으로 샴푸를 쓰는 여대생들이 있다는 점도 새로 인식하게 됐다고.
대상은 신제품 개발에 있어 소비자의 사용 행태 습관을 통해 아침에 머리를 감는 사람, 저녁에 머리를 감는 사람을 구분해 접근한 ‘인섬니아’ 팀에 돌아갔다. 인섬니아의 이지윤(31·홍익대 국제디자인 전문대학원 디자인경영)씨는 “10년 동안 케라시스를 사용한 소비자로서의 경험이 자산이었다”며 “팀원들 간의 헤어케어 제품 사용 시기가 낮과 밤으로 달랐던 점과 소비자 설문 조사 등에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팀원인 이명은(27)씨는 “팀명을 불면증이라고 지었을 정도로 밤을 지새우며 열심히 준비한 공모전이었다”며 “힘든 가운데 재미도 있었다. 이번 수상이 계기가 돼 앞으로 애경에 입사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접수된 신제품 아이디어 가운데 최소 2가지 이상은 반영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들이 케라시스 마케팅 공모전에 이토록 푹 빠진 건 왜일까.
“마케팅 동아리 활동 중인데 실제 전략 커리큘럼을 짜는 제 관심사와 공모전 취지가 딱 맞아떨어졌어요. 애경의 인턴십 기회도 제공되므로 나중에 취업 시 유용할 것 같았습니다. 샴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어요.” 김지선(22·이화여대 경영학 3년)씨의 말이다.
여자 친구와 같은 팀을 이뤄 참가했다는 정상연(24·한양대 경제학부 3년)씨. “‘애경’ 하면 먼저 백화점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공모전을 통해 뷰티 브랜드로서의 기업, 케라시스 제품에 대해 인식하고 많이 공부하게 됐죠. 최종 참가 목적은 수상해서 인턴십을 수행하고 취업까지 성공하는 겁니다.”
입상자에게는 상금과 홍콩 왕복항공권 등 상품과 함께 애경 인턴십 기회 및 공채 지원 시 서류심사 통과 혜택이 주어진다. 참가자들은 “기업 공모전 준비나 참가 경력이 아무래도 취업할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인지 대학 3·4학년 참가자의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애경 김유덕 CM이 전하는 기업 공모전 참가자를 위한 Tip
쪾마케팅 공모전을 위해서는 진행하는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브랜드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통해 창출된 디자인, 제품, 마케팅 전략이 보다 효과적으로 심사위원들에게 어필이 될 것이다.
쪾마케팅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소비자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보다 논리적이고 효과적이다.
각 공모전마다 심사기준이 다른데 각 심사기준에 대해 명확히 이해를 한다면 어디에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할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제5회 케라시스 마케팅 공모전은 실현 가능성이 50%나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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