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작년에 이어 올 상반기까지 나라살림을 지탱해주던 수출에 노란불이 켜졌다. 비수기인 8월 흑자가 반토막 난데 이어 9월 이후 대내외 여건악화에 따른 수출위축과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정부와 수출업계 내부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1년여간 이뤄졌던 불황형 무역흑자(수입감소폭이 수출감소폭보다 커 발생하는 흑자)의 재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008년 11월 수출(-19.5%), 수입(-15%) 모두 줄어 1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가 2009년 12월 수입(-21.6%)이 수출(-17.9%)보다 크게 줄어 5억4200만달러 흑자를 내면서 불황형 흑자시대가 시작됐다. 2010년 1월에 반짝 적자를 낸 이후 그해 10월까지 1년 이상 웃지 못하는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불황형 흑자 올라 노심초사=시장에서는 비수기임에도 8월 흑자를 눈여겨봤고 9월 이후 수출여건을 따져보고 있다. 9월 수출과 무역흑자가 당초 목표(전년대비 20%대 증가율과 20억달러 플러스 알파)달성이 쉽지 않다.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돼 수요가 위축되고 환율도 변동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이후와 내년도 여건도 수출에 우호적이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 수출이 미국경제의 성장둔화, 유럽의 재정위기 지속, 중국의 수입수요 약화 등으로 현저히 둔화되고 10% 내외의 증가에 그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했다.
수출제조업의 향후 수출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대한상의가 500개 수출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0곳 중 6곳 이상(66.8%)이 올해 수출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수출여건과 관련해서는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인 56.8%가 '나빠졌다'고 답했다.수출여건 악화 요인으로는 수출국 수요감소(47.9%)를 가장 많이 꼽았고, 환율불안(37.3%), 수출시장 경쟁심화(8.5%) 등이 뒤를 이었다. '연말까지 수출여건이 더 악화할 것'과 '현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답은 각각 36.4%, 50.6%였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2011년 4ㆍ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EBSI)조사'에서도 4분기 수출경기전망지수(EBSI)가 전분기에 비해 18.2포인트 떨어진 89.8을 기록했다. EBSI 지수는 기준점인 100보다 낮으면 수출경기가 악화되는 것을 의미하고, 100이상이면 수출이 개선된다는 의미다. 지수가 100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10분기 만에 처음이다.
◆자동차 조선 철강...IT도 힘겹다=업종별 전망과 관련, 삼성경제연구소의 내년 전망에 따르면 잘나가던 자동차 조선 석유호학 등은 수요 정체와 과당경쟁이 예상됐고 휴대폰, 텔레비젼 등 IT품목은 수출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주동력인 수출이 세계경기 둔화와 원화강세기조 등으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전망"이라면서 "보조동력이 내수는 수출둔화를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수출업계도지난 29일 최중경 지경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까지는 글로벌 경기불안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자동차, 일반기계, 섬유는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나 전자와 반도체, 조선은 선진국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철강과 석유, 화학, 디스플레이는 원자재가 불안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실시간 모니터링 TF가동 잇달아=정부와 수출지원기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수출 부진이 투자와 소비심리를 냉각시켜 내수의 동반침체를 부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와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위기대책회의를 1년여만에 부활시켰다. 지경부는 이와 별도로 실물경제 동향점검 태스크포스(TF)를 수시로 운영해 무역, 투자, 생산, 내수 등 실물경제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고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지원기관들은 기업들의 자금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해외진출 기반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중진공은 특히 하반기에 중소기업의 긴급경영안정자금으로 1450억원을 증액하고, 10월부터 내년도 정책자금의 조기집행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무역금융 정책기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사장 조계륭)도 글로벌 금융위기 비상상황 점검 TF를 구성해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최중경 장관은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긴장감은 갖되, 지나친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현장에서의 올바른 경제상황 인식과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잠재적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기회요인 발생시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출업계, FTA확대 환율변동성 완화 필요=수출업계는 내부적으로 기술투자에 힘써 품질을 높이고 경영 효율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해 상품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또 경기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여 수급을 조절하는 등 경제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다만 정부에 대해서는▲해양플랜트 분야의 핵심 원천기술 ▲반도체 산업 장비 국산화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 등 연구개발지원 강화와 병역특례 및 외국인 고용인력 확대 등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을 지원을 바랐다. 수출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신흥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종민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최근의 대외여건 불안으로 우리 수출기업들은 그동안의 수출급증세가 4분기에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이지만 이 같은 전망이 4분기 우리수출이 전년동기에 비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성 확대와 더불어 선진국 시장의 경기회복 둔화에 따른 수요감소가 4분기 수출여건 악화의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수출기업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는 유가, 원자재가, 환율 안정, 수출기업 해외진출 지원 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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