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中 덕분에 승승장구..푸조 유럽 위기에 발목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 1, 2위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과 푸조 시트로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푸조가 유럽 경제 위기에 발목이 잡힌 반면 일찍부터 이머징마켓에 진출한 폴크스바겐은 중국 수요를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푸조가 유럽 부채 위기의 최대 희생자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푸조의 주가가 올해 들어 유럽 자동차업체 중 가장 크게 떨어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조의 주가는 올해 들어 41%나 하락했다. 폴크스바겐의 주가도 올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하락률은 17% 정도로 중국 덕분에 유럽 경제 위기의 충격을 상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평균 16유로에 불과했던 폴크스바겐과 푸조의 주가 차이는 90유로 수준으로 벌어졌다. 29일 폴크스바겐의 주가는 105.70유로, 푸조의 주가는 16.37유로를 기록했다. 푸조의 시가총액은 40억유로 정도로 지난해 매출액 560억유로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필립 바린 푸조 최고경영자(CEO)는 이머징마켓 확대를 통해 유럽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했지만 시기를 놓쳐 푸조의 하락을 막지 못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푸조의 상반기 매출에서 유럽의 비중은 62%를 기록했다. 이는 폴크스바겐의 50%에 비해 높은 것이다.
폴크스바겐의 올해 상반기 세전 이익은 중국의 수요 증가 덕분에 두배 이상으로 증가해 60억9000만유로를 기록했다. 푸조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1억6000만유로로 제자리 걸음했다. 영업이익률은 2.5%에서 1.8%로 하락했다.
때문에 크레디트 스위스의 에리히 하루저 애널리스트는 "유럽 상황이 나빠지면 푸조 주식을 팔라"고 조언했다.
일부에서 푸조 주가가 너무 저평가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회계연도 이익 추정치를 기준으로 한 푸조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2배에 불과하다. 이는 르노의 3.6배, 폴크스바겐의 4.7배, 피아트의 6.4배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푸조가 최근 선보였던 모델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 했다는 점에서 시장관계자들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 하고 있다.
샌포드 번스타인의 맥스 와버튼 애널리스트는 푸조가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좋은 시기에 와 있지만 이익률이 확대되리는 증거가 거의 없다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전통적으로 푸조와 피아트가 지배해왔던 저가의 소형차 시장에 대한 비중을 높이면서 푸조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에서 기회를 놓친 푸조는 유럽 시장에서도 밀리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유럽 시장 점유율은 폴크스바겐이 23.2%를 차지한 반면 푸조는 그 절반 수준인 12.9%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점유율은 폴크스바겐이 21.4%, 푸조가 13.7%였다.
푸조는 최근 유럽 자동차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3일 바린 CEO는 프랑스 제조 부분 노동자 10%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늘어나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독일 공장의 근무 교대조를 추가했다
푸조에는 고급 브랜드가 없는 반면 폴크스바겐은 세계 2위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아우디를 비롯해 9개의 안정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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