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지구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어도 무책임한 부모는 변하지 않고, 상사는 여전히 진상을 떨며 철없는 남편은 끝까지 실망을 시킨다. 멜랑콜리아 행성과의 충돌로 곧 산산조각 날 지구에 사는 인간들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다. 호화로운 결혼식장에서 가장 행복해야할 신부,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은 파혼을 선언한 후에도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클레어(샬롯 갱스부르)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결혼식을 엉망으로 만든 동생 때문에 심란하고, 행성 충돌을 헛소리로 치부하는 남편(키퍼 서덜랜드) 때문에 불안하다. 이쯤 되면 멜랑콜리아 행성은 맥거핀이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지고 볶는 인간들에 대한 가련함이 지구 종말의 불안감을 앞지른다.
관람 포인트: 그야말로 화려하다. <어둠 속의 댄서>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 그와 함께 만든 <안티 크라이스트>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샬롯 갱스부르, 그리고 <멜랑콜리아>로 올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커스틴 던스트까지. 여기에 키퍼 서덜랜드와 샬롯 램플링 등 만만치 않은 내공의 배우들이 한 자리에서 내뿜는 에너지는 행성 충돌만큼이나 강력하다.
스틸컷 캡처 지수 ★★★★
<멜랑콜리아>의 많은 장면들은 초현실적으로 세팅된 패션 화보나 익숙한 이미지의 회화들을 연상시킨다. 나신으로 월광욕을 하는 커스틴 던스트의 몸은 그 자체로 완벽한 예술품이고, 결혼을 앞둔 저스틴의 절망감은 존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로 표현된다. 136분 동안의 눈을 위한 전람회는 한없이 달고 자극적이다.
사진제공.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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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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