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최대 헤지펀드 맨그룹 자산 3분기에 60억弗 감소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극도로 높아지면서 글로벌 헤지펀드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장 최대 헤지펀드인 영국 맨 그룹의 자산이 지난 3분기 동안 약 60억달러 줄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맨 그룹은 투자손실과 함께 수익률 하락에 따른 고객들의 대규모 환매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들은 지난 3개월 동안 맨 그룹 펀드에서 26억달러의 자금을 환매했다. CNBC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 속에 맨 그룹의 자금 유출 속도가 2008년 초 이후 가장 빨라졌다고 전했다.
또한 맨 그룹은 3분기 동안 펀드 투자에서 15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펀드 운용 외 다른 사업에서도 19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펀드 환매와 투자 손실을 합해 맨 그룹의 운용 자산은 6월 말 710억달러에서 현재 650억달러로 줄었다. 최근 3개월 동안 운용 자산이 8.5%나 감소한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증시에서 맨 그룹의 주가는 24.87% 폭락하며 5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FT는 맨 그룹이 헤지펀드 업계의 척도일 수도 있다며 이는 불길한 징조라고 분석했다.
맨 그룹은 지난해까지 2년간 환매에 시달리다 올해 상반기에 44억달러의 자금 순유입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유럽 부채 위기가 심각해지고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고객들은 다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맨 그룹이 수익률 때문에 환매에 시달린다면 다른 헤지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관계자들은 2008년과 마찬가지로 수익률과 상관없이 투자자들이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에서 무조건 자금을 빼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펀드 환매가 분명 가속화되고 있다"며 "특히 영국과 유럽의 투자자들은 현금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지크로프트 파트너스의 돈 스타인브루기 파트너는 "펀드 자금 유출입과 수익률 사이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시장이 계속 하락하면 펀드 환매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또 한 차례의 금융위기가 닥친다 하더라도 그동안 매니저들이 더 조심스럽게 포지션을 운용해왔기 때문에 2008년보다 충격은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리서치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지난 3분기에 4.5%의 손실을 입었고 올해 전체 손실률은 4%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8월에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바이킹 캐피탈의 80억달러짜리 주력 헤지펀드도 8월에 4% 손실을 기록했다. 슬로안 로빈슨의 13억달러짜리 글로벌 펀드와 킹턴 캐피탈의 24억달러짜리 펀드도 각각 9%, 12% 손실을 입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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