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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대형건설사가 해약한 땅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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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세종시 행정타운 인근의 알짜 땅이지만 대형 건설사들이 사 놓고는 계약을 해지하려는 용지가 있다. 세종시 중앙행정타운 북쪽에 위치한 충남 연기군 북면 일대 1만5000여가구를 지을 수 있는 넓이의 공동주택 용지다.


대형사들의 계약 해지 이유는 땅값 인하, 용적률 확대, 연체이자 탕감 등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수익률이 낮아 사업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지난 6월 금호산업, 두산건설, 롯데건설, 효성건설 등 4개사가 3000가구 물량의 공급용지 계약을 해지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3곳도 4000가구가 들어설 수 있는 31만6000㎡의 아파트 용지를 분양받았지만 해약하기로 했다. 해약된 용지는 지난달 경쟁입찰과 이달 초 재입찰 공고를 거쳤으나 판매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기업과의 협상에 있어 좀처럼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중전략을 펴고 있다. 해약 업체들에 소송압박을 가하는 한편 다른 민간건설사에 해약된 용지를 팔기 위한 판촉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우선 LH는 현대, 삼성, 대림 등 대형건설사들에게 계약이행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소송근거는 계약문서상 용지 계약을 해약할 때에는 LH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돼 있고, 업체들이 중도금을 낸 적도 있으니 사실상 계약의사가 있는 걸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소송까지 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LH 경영진도 소송이 대기업의 참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임을 인정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세종시 전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민간의 간판급 기업 3개사 정도가 참여를 해 줘야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가급적 참여시키려고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이 용지는 세종시에서 일종의 '시범단지' 성격을 지니는 곳이다. LH 세종시 사업 관계자는 "해당 용지는 처음부터 경쟁입찰도 아니고 설계공모에 당선된 업체만 수의계약해서 공급한 곳"이라며 용지 자체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경쟁입찰을 통해 가격을 올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해 '본보기'를 조성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LH는 다음 달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 극동건설이 공급하는 민간 분양이 성공하면 계약 해지를 통보한 업체들도 다시 사업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지송 사장도 이번 달 국정감사에서 "대형건설사와의 계약 문제는 소송을 하거나 해약 후 민간에 재공급하는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제3의 방안은 없음을 시인했다.


LH는 기업들이 제시한 땅값 인하, 용적률 확대 등의 거래조건은 자사가 정한 주택 공급 기준에 맞지 않고, 이후에 아파트를 짓게 될 건설사들에까지 혜택을 줘야 하는 전례가 되므로 절대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체이자 납부기한 연기나 분할납부 등 금융 조건 우대에 있어선 최대한 협의를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 중소 건설사가 대형 건설사들이 계약 해지한 용지 중 일부를 지난달 사들였다. 모아주택산업이 그 주인공이다. 모아는 공개입찰 공고가 나자 용지분양 신청을 해 414가구가 들어설 수 있는 60㎡ 이하, 60~85㎡ 복합용지 1필지(2만636㎡)를 분양받았다.


모아주택산업 관계자는 "소신껏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며 "궁극적으로 세종시의 도시계획이 완료되면 아파트가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어떤 입장을 취하든 우리대로의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3년 분할납부 방식으로 대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을 두고 시장상황을 주시하며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리비와 공사비 절감 등 중소건설사의 강점을 십분 발휘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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