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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매입규모 크게 줄인 ECB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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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정부에 책임있는 자세 요구 압박용인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주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26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증시가 큰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ECB는 지난주 유럽 국채 매수 규모를 오히려 크게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ECB의 저의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는 ECB가 각국 정부에 좀더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기 위한 일종의 압력으로 풀이된다.


ECB가 지난주 40억유로의 유럽 국채를 매수해 직전주 100억유로에 비해 크게 줄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0억유로는 ECB가 지난달 초 유로존 국채 매수를 재개한 이후 가장 적게 매수한 것이다.

이와 관련 시장관계자들은 ECB의 매입 규모 축소에 어떤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금융시장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ECB가 국채 매입 규모를 오히려 줄인 것은 각국 정부에 부채 위기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라는 압력을 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강격한 긴축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후 지난 8월7일 유로존 국채 매수를 재개한 바 있다. 이후 이탈리아가 긴축 정책의 강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ECB는 이탈리아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며 이탈리아 정부를 압박했다. ECB는 유로존 회원국들의 책임있는 자세를 확인한 뒤에야 도움을 줬던 것이다.

ING은행의 카르스텐 브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국채 매입 규모 축소와 관련해 "ECB가 금융시장에 대규모로 개입하는 것을 얼마나 꺼려하는지를 보여준다"며 점검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부양에 나서는 것을 ECB가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ECB가 유로존 정부에 좀더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라는 요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실비오 페루조 이코노미스트는 "국채 매입 감소는 유럽 정부들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변경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 비준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유럽 정부의 대응이 지연되면서 시장이 점점 더 ECB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ECB의 국채 매입 규모 축소는 주목할 만하다.


ECB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음주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커버드 본드 매입 재개 등의 부양책을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재개되면서 26일 글로벌 증시는 급등했다.


로렌로 비니 스마기 ECB 이사는 이날 뉴욕에서 은행이 유동성을 조달하는 것을 보증하기 위해 ECB가 필요한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은 지난해 5월 ECB가 유로존 국채 매입을 시작할 때부터 반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ECB가 향후 혼선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발드 노보트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ECB가 해야 할 과제를 이행하려는데 정치인들이 혼동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ECB는 지난해 5월 이후 약 1600억유로의 유럽 국채를 매수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지난달 7일 ECB가 국채 매입을 재개한 이후 이뤄진 것으로 이 기간동안 ECB는 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매입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규모가 2조1000억유로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ECB의 매입 규모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이 때문에 ECB의 국채 매입이 재개된 후 안정을 찾는듯 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이내 상승세를 나타냈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6%의 금리가 자금 조달이 지속되기 힘든 수준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전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각각 5.16%, 5.65%를 기록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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