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공포에 빠진 개인이 '항복'을 외치며 국내증시가 요동쳤다.
26일 코스피는 1650선에 턱걸이 마감하며 지난해 6월10일(1651.70)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을 다시 썼다. 장 중 등락폭은 77포인트에 달해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하락의 주요인은 수급상 4372억원에 달하는 개인의 '팔자' 물량이었다. 이날 대형주는 2.12% 조정에 그친 반면 중형주(-5.02%)와 소형주(-7.76%)는 급락을 면치 못했다.
코스닥 급락에도 개인의 공포심이 작용했다. 개인의 매매 비중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 코스닥은 이날 8.28% 빠지며 지난 2008년 11월6일 8.48% 하락한 이후 최대 하락률을 나타냈다.
주말 G20 재무장관 회담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구체적인 해결안이 도출되지 않으면서 유럽 관련 불안감이 지속된데다, 원·달러 환율에 대한 불안성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환율이 오르면서 '시스템 위기가 파국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개인의 매수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박스권 매매를 위한 지지선도 무너지고 자문형 랩 물량까지 출회되며 코스피 중·소형주 및 코스닥의 무더기 급락으로 이어진 형국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특별한 악재가 없었던 상황에서 심리적 지지선이 깨지며 개인 투매가 발생했다"며 "매도세를 마땅히 받아줄 매수주체가 없어 매수 공백 상황이 심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닥권 시황에서 에서 나오는 현상이라는 판단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두려움은 '리먼사태 당시와 같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8년 9월 리먼이 공식 파산 선언을 한 것처럼 그리스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공식 선언하게 되면 비슷한 시장흐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인식 팽배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이사는 "이번주에 그리스가 디폴트로 치닫고 리먼식 악순환이 나타날지, 아니면 안전장치를 만들면서 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지 이번주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시장이 우려하는 것이 무질서한 디폴트에 따른 리먼파산 당시의 재현이라면, 공포심리는 이미 2008년 수준까지 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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