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과 관련된 여러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위기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26일 밝혔다. 재정부는 이날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관련 주요 쟁점사항 해명'이라는 자료를 내고 우리나라의 시장변동성 확대와 외환보유고 적정성 논란 등에 대해 쟁점별로 해명했다. 다음은 쟁점별 재정부의 입장이다.
▲한국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유독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의존도 및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아 대외 불안요인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최근 우리 외환·주식 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며, 글로벌 금융시장 추세와 유사하다. 환율은 브릭스(BRICs)국가(중국 제외)의 절하폭은 우리보다 크고, 주요 아시아국가는 우리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이다. 주가지수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가들의 주가 하락폭이 우리보다 높고, 신흥국은 우리와 유사한 수준이다.
▲유럽계 차입비중 너무높다
=유럽계 차입비중 32%(감독원기준)는 국제금융 여건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현재로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유럽 은행이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자산, 08/09 회계기준)이 56%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유럽 차입비중 32%는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현재 유럽으로부터의 차입은 629억8000만달러(7월말)로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3122억달러)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유럽계 차입액 629억8000만달러 중 단기차입은 396억8000만달러, 장기차입은 233억달러이다. 차입액 중에서 차입금에 비해 위기시 자본유출이 덜한 채권이, 국내은행 차입의 66.3%를 차지하고 있고 외은지점을 포함한 전체 은행에서도 44.3%를 차지하고 있어 안정성도 양호한 상황이다.
▲유럽계 은행이 국내은행의 만기차환을 거부하고 있다
= 일부 유럽계 은행이 만기 도래시 상환을 요구 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반적으로는 차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프랑스와 이태리 은행들은 만기 상환을 요청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여타 유럽 은행들은 차환에 응하면서 글로벌 유통시장 여건을 반영하여 금리를 높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은 다소 금리 부담이 있더라도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차환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동성 여건과 관련, 그간 은행과 정부의 적극적 유동성 확보 노력으로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 여건은 양호한 상황이다. 국내은행은 단기 차환이 원활하고, 외화유동성비율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유동성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8월말 국내은행의 3개월 외화유동성비율(잔존만기 3개월 이내 외화자산/잔존만기 3개월 이내 외화부채)은 100.1%로 지도비율 85%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채권 발행의 길이 막혔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여건 악화로 국내 은행의 외화채권 발행이 다소 어려워지고 있다. 은행들의 채권발행시 금리 기준이 되는 외평채 가산금리(10년물)가 23일 현재 162bp (7월말대비 +56bp)이다. 신용위험의 기준이 되는 CDS 프리미엄(국가신용보험료)도 26일 오후 1시 현재 200bp(7월말 대비 +97bp)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국제금융시장의 공통된 현상으로써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올해 전체 유럽은행의 채권발행액이 45억달러에 불과하고 그나마 최근 3달간은 채권발행액이 전무하다. 커버드 본드 발행을 제외할 경우 410억달러를 순상환하고 있는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아시아에서도 수은이 10억불 채권 발행(9.9일)에 성공하기 전까지 글로벌 공모채 발행에 성공한 예가 없었다. 아울러 CDS 프리미엄(국가신용보험료)의 상승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며, 여타 국가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이 없도록 채권발행여건을 지속 점검하고 발행일정 등을 재점검해 나가겠다.
▲외은지점이 외화유출의 주요경로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외은지점이 외화의 주요 유출경로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2008년 9∼12월중 유출된 696억달러 중 70%인 487억달러가 단기차입 자금이며, 이중 외은지점을 통한 유출은 257억달러(53%)다. 위기 발생전까지 외은지점은 재정거래 목적으로 단기로 자금을 차입하여 국내 채권에 투자하였으나, 리만사태로 위험이 확대되자 투자자금을 급격히 회수한 것이다.
최근에는 2008년에 비해 외은지점을 통한 단기 차입자금 유입이 감소하여, 자본 유출에 대한 위험요인이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선물환포지션 제도 등 그간의 외환건전성 조치 도입으로 2008년에 비해 외은지점 단기외채 규모(939→641억달러) 및 전체 단기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49.5→42.8%)이 감소했다.
또한 2008년에 비해 외은지점의 단기차입을 통한 채권투자도 축소되어, 위기시 자금 유출 여력도 축소됐다. 외은지점이 보유한 채권잔액은 2008년말 50조3000억원에서 올 8월말 38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6월부터 외은지점에 대해서는 '외화유동성 리스크 관리기준'에 따라 자율적 외화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실시토록 유도했다. 다만, 외은지점의 본점이 유동성 지원 확약서를 제출하는 경우 통화별 유동성 리스크 관리 이외에는 적용 면제(현재 확약서 징구 완료된 상태)해주고 있다. 현재 금감원에서 외은지점 유동성 상황을 일별로 점검중이다.
▲단기외채 비중이 너무 높다
=6월말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비중은 37.6%로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51.9%(2008년 9월말) 보다 크게 개선됐다. 단기외채는 1497억달러로 2008년 9월말 보다 399억달러 감소하고, 은행 단기외채도 433억달러 감소해 1161억달러 수준을 유지하고있다. 올 1분기중 은행 단기외채가 증가하였으나, 선물환포지션한도 축소, 김치본드 투자 금지, 외환건전성부담금 시행 등 선제적 조치 결과, 2분기에는 안정세를 시현하고 있다. 은행단기외채는 올 1분기 중 145억달러가 증가했으나 2분기 중 3억달러가 증가했다.
단기외채의 구성면에서도 '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안정성이 크게 제고됐다. 무역금융 제공 등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단기차입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6월말 은행의 무역금융 잔액은 626억달러로서 2008년 9월말(622억달러) 보다 증가하였고, 은행 단기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에서 54%로 증가했다. 2006~2007년중 단기외채 급증 원인이었던 조선사, 자산운용사의 선물환 매도에 따른 환헤지용 차입은 감소했다.
▲CDS프리미엄의 한국과 프랑스 역전관련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세계 각국의 CDS프리미엄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며, 여타 국가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그리스, 이태리, 스페인 등 재정취약국의 경우 CDS프리미엄이 최근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지난 22일부터 한국 CDS프리미엄(206bp)이 프랑스(203bp)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일부에서 우리나라의 부도위험을 과도히 부각됐다. 프랑스는 그리스 등 남유럽국가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가 높아 2010년말부터 CDS프리미엄이 다소 높게 형성됐다.
CDS프리미엄의 주요 결정요인이 국가신용등급임을 감안할 때,트리플 A인 프랑스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이 그간 낮게 형성되었던 것이 다소 예외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CDS프리미엄 상승을 '국가부도 위험' 상승이라고 자극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국가신용보험료' 상승으로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외환보유액, 위기 대응에 불충분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위기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다. 절대적인 규모도 증가했을 뿐 아니라, 단기외채 대비 외환 보유액 비중 등 질적 지표도 상당히 개선됐다. IMF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등도 이에 공감하고 이다. 일각에서 자본유출 규모를 과다하게 산정하면서 현재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으나, 2008년 사례에서 보듯이 외국인 투자자금 등이 일시에 모두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최근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방적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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