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차기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관건은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을 다스릴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 없느냐다. 그건 본인이 앞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서강대 곤자가플라자 강당에서 열린 서강경제포럼 강연에서 "박근혜 동문의 강점과 약점이 뭔가"라는 한 청중의 질문에 대한 윤 전 장관의 답변이다.
박 전 대표는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이다. 윤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17대 총선을 박 전 대표를 모시고 치렀다. 지금까지 보여준 인간적인 품성은 당할 사람이 없다"면서 "서울시장 선거와 내년 총선도 박 전 대표가 중심에 서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국가 지도자 역량은 지금까지 판단할 근거가 없다. 보여준 게 없으니까. 속된 말로 이제 막 링에 올라간 단계 아닌가"라고 했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윤 전 장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한동안 답변을 주저했다. 그는 안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 의사 타진과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하기까지 전과정에 대해 "국민의 분노를 조직화해서 정치권을 압박하는 국민운동을 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며 "안 교수도 동의했고 젊은이들의 지지를 얻는 사람이 등장하면 에너지가 생기니까 안 교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 안 교수가 시장출마를 하겠다고 해서 만류했다. 에너지가 분산되는데 그것보다는 큰일을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안 교수가)끝내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아서 만류할 수가 없었고 당선 가능성을 타진해봤더니 단기전이라 승부를 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모 인터넷 매체와 (안 교수가) 시장출마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이후 "또 생각이 바뀔 수 있지 않겠느냐는 사람도 있어 하루하루 기다리다가 지난 7일 박원순 변호사에게 (시장출마를) 양보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전 장관은 강연을 통해 "내년에 등장하는 대통령은 웬만큼 뛰어난 식견이 있어도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할 조건으로 민주적 가치의 내면화ㆍ정당정치의 이해ㆍ경제에 대한 식견ㆍ북한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에 관해선 김영삼 정부 시절 IMF 구제금융사태를 거론했다. 사태 직전까지 청와대 공보수석을 맡았던 그는 "경제수석이 (사태 전까진) 상당기간 동안 한국경제는 소프트 랜딩했다고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수석회의를 하는데 대통령에게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고 보고하더라"라며 "김영삼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다. 그때 대통령께서 경제에 대해서 조금만 더 전문성 있었으면 이런 일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 회고했다.
또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협상의 일반원칙인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가면서 써야한다. 꼭 한쪽만 쓰는 것이 화근 아니냐"고 반문하며 "이 대통령이 과거 10년간의 정부를 비판하며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잘못됐다. 최소한 2009년 10월 중국이 북한의 핵 폐기보다 북한정권 안정이 중요하다며 기조를 바꾼다고 했을 때 우리도 바꿔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한반도 질서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 보기 때문에 대북문제에 전문성과 식견이 있는 사람이 등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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