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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숭용 "인생 2막도 캡틴 되겠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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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숭용 "인생 2막도 캡틴 되겠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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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캡틴’ 이숭용(넥센)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이숭용은 18일 목동 삼성전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난다. 그는 구단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1994년 태평양에 입단해 18년간 현대, 히어로즈에서 활약했다. 현대는 태평양을 인수했고 히어로즈는 현대를 기반으로 창단됐다. 이적 없이 한 팀에서만 뛴 셈. 은퇴를 이틀 앞둔 16일 역사는 하나 더 탄생했다. 이숭용은 목동 두산전 8회초 수비 때 1루수 박병호 대신 수비에 나서며 통산 2,0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프로야구에서 앞서 고지를 밟은 건 전준호, 김민재, 김동수, 양준혁(이상 은퇴), 박경완(SK) 5명뿐이다. 하지만 한 팀에서 2,000경기를 채운 건 이숭용이 유일하다.


사실 숫자로만 평가하면 그는 불리하다. 화려한 성적을 남기며 스타로 부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입단 당시 이숭용은 김경기에 밀려 후보로 뛰었다. 1996년 주전 자리를 확보했을 때는 박재홍, 정민태, 김수경, 심정수, 박진만 등에 활약이 가렸다. 그는 상복도 없었다. 이승엽, 김태균, 이대호 등의 출연으로 골든글러브 근처만 맴돌았다. 하지만 이숭용은 현역선수로는 두 번째로 많은 4개의 우승반지를 끼고 있다. 특히 2003년과 2004년 우승은 남다르다. 주장을 맡아 전 경기에 출전하는 솔선수범을 보이며 후배들의 롤 모델로 거듭났다. 이런 그를 팬들은 언제부턴가 ‘캡틴’이라고 불렀다.

다음은 이숭용과 인터뷰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현역 은퇴를 눈앞에 뒀다. 기분이 어떤가.


이숭용(이하 이) 담담하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냥 멍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 그라운드를 밟을 때마다 평정심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런데 마음 속 깊은 곳의 감정까지 억누르기가 쉽지 않다.


[피플+]이숭용 "인생 2막도 캡틴 되겠다"(인터뷰)


스투 올 시즌 거의 대타로 경기에 나섰는데.


처음부터 욕심은 없었다. 이전에 비해 기량이 노쇠해서(웃음). 같은 포지션(1루수)의 (박)병호보다 실력이 모자라다. 인정할 건 인정하는 성격이다.


스투 수비능력은 여전히 탁월한데.


아니다. 나이를 먹어 이젠 그것도 힘들다. 은퇴를 앞두고 경기장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한 가지 바람은 있다. 은퇴경기만큼은 꼭 선발로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


스투 은퇴 예고 뒤 후배들보다 더 많은 양의 훈련을 소화하는데.


선수는 모든 체력을 경기에 쏟아야 한다. 최근 나는 주로 대타로 투입된다. 후배들보다 체력소모가 덜 해 훈련에서 몸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소화가 쉽지 않지만 경기감각도 익히고 후배들에게 모범도 보일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스투 통산 2,0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프로 데뷔 당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나.


(고개를 가로저으며)전혀. 3년 동안 승부를 보고 안 되면 그라운드를 떠나려 했다. 그래서 선수연금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


스투 프로야구를 그만두면 무엇을 하려고 했나.


(웃으며)연예인. 옛날부터 하고 싶었다. 재미있는 직업 아닌가. 평생 할 수도 있고. 할아버지가 되어도 나이에 맞는 배역을 맡아 연기를 하면 된다. 무척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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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언제부터 배우에 대한 생각은 가졌나.


잘 모르겠다. 아버지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이다. 그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선수생활을 오래 하게 될 줄 몰랐다.


스투 동생 이종언은 이미 모델, 연기자 등으로 활동하는데.


끼가 많은 아이다. 어렸을 때 그림을 그리더니 일찍 자신의 길을 바꿨다. 9살 어린 동생이지만 무척 기특하다. 나는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동생은 한 번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게 내가 먼저 선을 그었다. 강하게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 연예계에서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 기분이 좋다. 대견하기도 하고. 가끔 아버지가 된 느낌을 받기까지 한다.


스투 팀에서 긴 시간 맏형 노릇을 맡았다. 동생에게 한 듯 후배들을 대했나.


반대였던 것 같다. 나이를 먹고 주장을 맡으며 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간 보이지 않게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아내의 조언에 귀걸이를 걸쳤고 관심도 없는 걸 그룹 이름을 암기했다. 후배들은 아마 모를 거다. (잠시 말을 멈춘 뒤)이택근, 정성훈(이상 LG), 황재균(롯데) 등 애정을 쏟았던 후배들이 모두 잘 돼 흐뭇하다.


스투 체력을 관리하는데 집중하기도 어려웠을 텐데.


통산 2,000경기 출전은 이제는 LG에서 일하는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 덕이다. 야구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스승이다. 허리 통증으로 고생할 때 늘 옆에서 함께 해줬다. 척추를 받치는 양쪽 근육이 아팠는데 주문대로 하루 1,000번 이상의 복근운동을 소화했더니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체중도 알맞게 조절됐고. 지금도 틈틈이 복근을 단련한다. 괜찮은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다(웃음).


[피플+]이숭용 "인생 2막도 캡틴 되겠다"(인터뷰)


스투 30대 중반부터 시즌 뒤 훈련 일정도 바뀌었을 것 같은데.


2, 3주가량 쉬고 11월부터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스프링캠프 전까지 하루 웨이트 트레이닝에만 4시간 이상을 할애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복근을 단련했고. 운동을 하다보면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조차 아까울 때가 있다. 그래서 집은 늘 홈구장 앞이었다.


스투 그런 노력 덕에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난 것 같다.


솔직히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18년을 버텨준 몸에도 고맙고. 기회를 마련해 준 이장석 사장, 김시진 감독 등 모든 구단, 선수단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스투 체력을 제외하고 통산 2,000경기에 출전하기까지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배트스피드다. 힘과 선구안은 그대로인데 몸이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 관리를 해준다면 베테랑들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물론 그 기준은 젊은 선수들과 다르다. 이종범 선배(KIA)를 보라. 전 경기에 나서지 못하지만 승부처에서 곧잘 해결사 노릇을 해낸다. 후배들이 배워야 할 롤 모델이다.


스투 올해 위기도 있었다. 시즌 도중 송지만과 함께 2군으로 내려갔는데.


많이 힘들었다. 창피하기도 했고.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자식들과 아내에게 멋진 아빠와 남편이 되어야겠다는 일념으로 겨우 이겨낼 수 있었다. 흔들리는 나를 잡아준 아내에게 많이 고맙다.


스투 그 사이 외부에서 많은 제안을 받았을 것 같은데.


방송국, 연예기획사 등 다양한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최근 출연한 MBC ‘무한도전’의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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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많은 러브콜을 거절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는데.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 더 많이 공부해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 사실 걱정이 앞선다. 후배들을 소신껏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끄러운 선배로 남고 싶지 않다.


스투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


정확히 콕 집어 후배들이다. 창피한 선배로 기억되기 싫다. 베테랑으로 오래 뛰며 그런 생각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간 경기 전 워밍업이나 러닝을 앞장서서 소화했다. 스트레칭도 가장 앞에서 이끌었고. 나이가 많다고 열외당하는 게 싫다. 실수를 저지르고도 선배랍시고 뻔뻔하게 구는 건 더 싫고. 가끔 20살 어린 후배에게 사과를 하기도 한다.


스투 최근 사과를 전한 후배는 누구인가.


(손)승락이다. 롯데전 수비에서 문규현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지 못해 안타를 내줬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경기 뒤 승락이를 만나 미안하다고 했다.


스투 후배들에게 그만큼 바라는 점도 있을 것 같은데.


10년 전부터 변명을 하지 말라고 한다. 모든 잘못을 인정하라고 한다. 누구나 잘못은 저지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노력한다면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더 잘하면 그만이다. 그것이 바로 남자고 팀워크의 초석이다.


스투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가졌나.


현대 시절부터 그렇게 믿었다. 그런 디테일한 면들이 모여야만 강팀이 될 수 있다고. 현대는 어떤 팀과 붙어도 이길 수 있는 구단이었다. 태평양에서 이름이 바뀐 뒤 운영진은 선수들에게 이 점을 무섭게 각인시켰다. 울산 공장을 견학가고 고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을 읽게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했는데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부심이 생겼다. 농구, 배구 등을 시청할 때 현대를 응원하는 나를 보고 흠칫 놀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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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가끔 그 시절이 그리울 것 같다.


현대 시절 동료들을 만나면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최근 SK전에서도 김경기 타격코치, 박재홍 등을 만나 추억을 곱씹었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 (잠시 말을 멈춘 뒤)은퇴식에 현대 시절 프런트를 모두 초청했다. 꼭 참석해줬으면 좋겠다.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스투 넥센이 현대 시절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다. 아직 만개하지 못한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들이 야구에 눈을 뜬다면 전력은 충분히 달라질 것이다.


스투 대표적인 선수를 꼽는다면.


오재일과 유선정이다. 재일이는 선천적으로 재능이 빼어나다. 기량을 조금만 끌어올린다면 (박)병호와 함께 매서운 클린업트리오를 이룰 것이다. 선정이는 약간 게으르다. 조금만 노력한다면 프로야구 최고의 포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스투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실수 뒤 인상을 쓰고 주저앉으면 안 된다. 질 수도 있는 것이 경기다. 마음을 다잡고 지난 경기를 복기해야 한다. ‘왜 졌을까’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결코 전진할 수 없다. 다음 경기에 대한 준비도 마찬가지다. 구단에서 제공하는 전력분석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상대 투수의 투구를 이미지 트레이닝하고 스스로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스투 넥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나중에 꼭 팀의 위치를 바꿔놓고 싶다. 넥센이 성공해야 제 10, 11구단도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스투 팀이 현대에서 히어로즈, 넥센으로 간판을 바꾸며 많이 괴로웠을 것 같은데.


야구를 그만두려고 한 적이 두 번 있다. 3년 뒤 은퇴를 생각했던 데뷔 때와 2008시즌을 준비하면서다. 솔직히 현대 시절이 막을 내렸을 때 유니폼을 벗으려고 했다. 밀려오는 공허함에 괴로웠다. 생각했던 미래와 너무나도 다른 길이 펼쳐졌다. 좋아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는 걸 지켜보며 나 역시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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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마음을 다잡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아내의 만류 덕이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는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묵묵히 남편을 바라보는 동반자의 한 마디에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힘들 때마다 가족은 큰 힘이 된다. 후배들이 모두 결혼을 잘했다고 부러워할 정도다. 원래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 못하는데 아내에게 꼭 말하고 싶다.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아내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앞에 전제조건을 붙이더라. 다음 생에는 자신이 남자로 태어나겠다고. 야구선수의 아내로 사는 일이 쉽지 않았겠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웃음).


스투 아내 외에 고마운 사람을 한 명 더 꼽는다면.


만화가 박광수다. 친하게 지내는 형이다. 따뜻한 말을 해주는 멘토는 아니다. 1999년 2군으로 내려가 속상한 적이 있는데 힘들다고 토로하니 ‘너 원래 야구 못하잖아’라며 오히려 핀잔을 줬다. 그렇게 매정했던 형이 얼마 전 나를 위해 울어줬다. 은퇴를 결심했다고 하자 눈물을 흘리더라. 얼마 전 받은 ‘잘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스투 은퇴를 알린 뒤 주위 반응에 많이 놀란 것 같다.


최근 홈구장을 빠져나오면 울먹이는 팬들을 자주 본다. ‘내가 이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이었나’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아 신기하기도 하고. 18년 프로야구 인생이 헛되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난 노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무척 행복하다.


스투 18년 프로생활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골든글러브를 받아본 적이 없다. 솔직히 은퇴식은 과분하다. 내가 양준혁 선배처럼 슈퍼스타는 아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마련해주는 구단의 배려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은퇴식에 서면 눈물을 흘릴 것 같다. 지금도 옛 추억이 뇌리를 스치는데 그 때는 어떻겠는가. 창피한 모습이 나올까봐 무척 긴장되고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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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은퇴식에서 가장 먼저 누가 생각날 것 같나.


내조의 여왕인 아내다. 못난 남편을 만나 그간 고생이 많았다. 아이를 낳고 제대로 잠을 이룬 적이 없을 것이다. 운동하는 남편이 깰까봐 늘 아이를 데리고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나는 설거지를 해 본적도 없다. 재활용 쓰레기를 한 번 버려본 적도 없고. 어머니 같은 아내를 만나 운동에 더 전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스투 앞으로 코치 연수의 길을 걷는다. 목적지는 정해졌나.


구단과 꾸준히 상의하고 있다. 넥센은 아직 외국 구단과 교류를 나눈 적이 없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 같다.


스투 본인이 원하는 리그는 어디인가.


일본이다. 역발상으로 투수 쪽을 공부해 타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스투 가장 선호하는 구단이 있다면.


요미우리 자이언츠다. 강한 자부심이 마음에 든다. 현대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지 않았다면 그렇게 됐을 것이다. 물론 넥센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스투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소통할 줄 아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선수들이 타의가 아닌 스스로 야구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고 싶다. 그들은 꼭 알아야 한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그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부끄러운 패배를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투 올 시즌 넥센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산됐다. 안타까움이 여느 때보다 클 것 같은데.


그라운드를 떠나며 후배들에게 가장 미안한 부분이다. 올 시즌만큼은 꼭 가을야구를 하고 싶었는데. (잠시 말을 멈춘 뒤)팀은 떨어졌지만 관중석에서 포스트시즌을 지켜볼 생각이다. 사실 18년 동안 다른 팀의 가을야구를 본 적이 없다. 지도자의 길을 택하며 처음 시도하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스투 타 구단 선수들로부터 존경하는 선배로 자주 꼽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간 팀 후배들에게만 잘해줬다. 다른 팀 선수들이 인사하러 찾아오는 걸 보면 조금 당황스럽다(웃음). 얼마 전 롯데전에서는 타석에 섰는데 (강)민호가 “존경하는 선배님 나오셨습니까”라며 고개를 숙이더라. 내가 나이를 먹긴 먹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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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다른 팀 선수에게 매력을 느낀 적이 없나.


김재현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따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후배인데 이상하게 끌린다. 김기태 선배도 밥 한 번 먹지 않았지만 친해지고 싶고.


스투 외국인 선수 가운데서도 한 명을 꼽는다면.


스캇 쿨바다. 나를 늘 ‘세자마마’라고 불렀다. 한국야구를 배우려고 많이 노력했다. 조 스트롱도 기억에 남는다. 숙소생활을 함께 했는데 사람 좋은 인상을 지으며 숙대국밥에 소주를 참 잘 마셨다(웃음). 클리프 브룸바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입단했을 때만 해도 야구선수가 아닌 줄 알았다. 그만큼 실력이 형편없었다. 그런데 1년 만에 다른 선수로 변신해 깜짝 놀랐다.


스투 자신의 18년 프로인생에 몇 점을 주고 싶나.


그건 다른 사람들이 해야 할 몫인 것 같다. 솔직히 턱없이 부족했다.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이대호라고 자신의 성적에 불만이 없겠는가. 차라리 행복지수를 물어봐 달라(웃음).


스투 그건 몇 점인가.


십 점 만 점에 십 점이다. 너무나 행복했다. 막연하게 시작한 야구였다.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줄 꿈에도 몰랐다. 그간 응원해 준 모든 분들에게 엎드려 절을 올리고 싶다.


스투 아직도 은퇴가 믿겨지지 않을 것 같다.


(송)지만이 그러더라. 내가 떠나면 울 것 같다고. 지난 추억만 떠올려도 눈시울이 불거지는데 은퇴식이 눈물바다가 될까 걱정된다.


스투 당신은 넥센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앞으로 공백을 메울 ‘제 2의 캡틴’은 누가 될까.


사실 (이)택근이나 (정)성훈이가 뒤를 이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둘 모두 갑작스레 LG로 둥지를 옮겼다. 남은 후배 가운데 유력한 주자는 (강)정호다. 이미 실력으로는 나를 뛰어넘은 아이다. 리더십 등을 차근차근 쌓는다면 분명 넥센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다.


스투 ‘캡틴’이라는 별명은 마음에 드나.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한다. 별명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려고 늘 노력했다. 은퇴식으로 그 결실을 맺는 것 같아 기분 좋다. 제 2의 인생에서도 ‘캡틴’이 되기 위해 전진하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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