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8.30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류우익 통일부장관 후보자에 집중됐다. 류 후보자가 초대 대통령실장과 주중대사를 지낸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데다 현 정부 임기말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모종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의 놀라운 재테크 실력과 어이없는 답변 때문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을 통한 탈세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김재윤 의원은 "분당의 47평 아파트를 어떻게 9000만원에 살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정범구 의원은 "상식적으로 여의도 52평 아파트를 어떻게 1억8000만원에 삽니까"고 꼬집었다. 굳은 표정의 김 후보자는 "당시 관행이었을 뿐 탈세 목적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며 "평생 집 한 채로 살았고 투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의 답변이 알려지면서 인터넷공간에서는 급등하는 전셋값에 고통받는 서민들이 울분을 쏟아냈다. "9000만원으로 분당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비법을 알려달라", "여성가족부 장관이 아니라 차라리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가서 반값아파트를 실천해라"
지난주 연예가 최대 이슈 중 하나는 국민 MC로 불리는 강호동의 잠정은퇴 소식이었다. 탈세 의혹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천하장사 출신답게 깨끗하게 사과하고 은퇴를 선언한 것. 강호동에 비하면 현 정부 장관들의 도덕성은 몰염치에 가깝다. 다운계약서 작성과 탈세 논란에도 버젓이 장관직을 수행하는 인사들은 한둘이 아니다. 김 후보자 역시 이변이 없는 한 여성가족부 장관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장관의 도덕성이 연예인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상식이 배반당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살고 있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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