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미국 최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위기설을 타개하기 위해 연일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브라이언 모이니헌 최고경영자(CEO)가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그가 사임하면 누가 후임에 오를 것인가를 놓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오가고 있다.
적자 누적에 주가까지 떨어지면서 BofA는 전체 직원의 10%인 3만명을 감원하고 고위급 임원 두 명을 해고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역량 집중을 위해 모기지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보유 중인 중국건설은행(CCB) 지분 83억달러 규모도 매각하고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로부터 5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회생은 ‘산 넘어 산’이다.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BofA를 비롯한 미국 17개 대형은행을 상대로 금융위기 당시 막대한 손실을 낸 MBS(주택담보부증권)의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팔았다며 제소했다. 지난달에도 AIG가 BofA를 상대로 100억달러 규모의 소송을 걸었다.
때문에 모이니헌 CEO의 노력에도 시장은 냉소적이다. 지난해 4월 19달러였던 BofA의 주가는 7달러선까지 추락했다. BofA 이사회가 결국 새 CEO를 찾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최근까지의 경력으로 볼 때 유력한 후보로 다음의 6명이 거론되고 있다.
◆ 하이디 밀러 전 JP모건인터내셔널 사장 = 제이미 다이먼 CEO가 이끄는 JP모건에서 오랫동안 운영책임자로 일한 하이디 밀러는 채권·증권서비스 사업부 CEO를 역임했으며 15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 직을 맡았다가 최근 은퇴했다. 그녀는 ‘아메리칸뱅커’ 매거진이 뽑은 가장 힘있는 여성 금융인으로 선정됐으며 경제전문지 ‘포천’이 뽑은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50위 안에 들기도 했다.
◆ 수전 와그너 블랙록 부회장 = 블랙록은 3조6000억달러를 굴리는 세계 최대 투자운용사 중 하나로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인 로렌스 핑크 블랙록 CEO가 수전 와그너의 멘토다. 와그너가 BofA의 수장이 된다면 무엇보다도 든든한 인적 ‘파워’를 등에 업을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위기관리 능력은 미지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마이클 L. 코뱃 씨티홀딩스 CEO = 씨티홀딩스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씨티그룹의 부실자산 처분을 위해 설립된 ‘배드뱅크’다. 그는 경력의 대부분을 투자은행에서 보냈으며 씨티그룹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사업부 대표 등을 지냈다. 덕분에 코뱃의 위기관리 능력은 월가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폭넓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리처드 K. 데이비스 US뱅코프 CEO = US뱅코프는 현재 미국 6위 은행이며 최근 몇 년간 미국 은행들 중 가장 건실한 운영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경쟁 대형은행들이 다투어 위험자산에 투자한 것과는 거리를 둔 덕에 지난 금융위기 당시에도 US뱅코프의 주가는 선방할 수 있었다. 리처드 CEO가 부실덩어리로 전락한 BofA를 살릴 적임자로 뽑히는 이유다.
◆ 프랭크 P. 브램블 시니어 전 MBNA 부회장 = 브램블 전 부회장은 2005년 BofA에 인수된 신용카드사 MBNA의 부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BofA 이사를 맡고 있다. 얼라이드아이리시뱅크 미국지사장과 올퍼스트파이낸셜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금융위기 당시 미 정부가 BofA의 이사진을 개편할 때에도 적임자로 인정받았다. 오랫동안 이사로 재직한 경륜으로 BofA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점이 그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 존 맥 모건스탠리 회장 = 그는 BofA를 이끌 최고의 적임자이자 동시에 가장 맡을 확률이 낮은 인물로 꼽힌다. 금융위기 당시 은행주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때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건재할 수 있도록 이끈 주역이다. 맥 회장은 크레디스위스그룹 공동CEO와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의 CEO를 역임했다. 그는 현재 월가의 경영 리더십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며, 가능성은 낮지만 그가 BofA를 맞게 된다면 워런 버핏의 투자 결정보다도 더 긍정적인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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