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정부가 긴축 통화정책을 펴면서 은행권 돈줄 죄기에 나선 결과 사(私)금융이 중소기업의 자금 창구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 조사 결과 6월 말 기준으로 은행이 아닌 사금융 업체 3366곳이 중소기업 대출에 기여한 규모는 총 2875억위안(약 450억달러)에 달한다. 1년 전 사금융 업체 1940곳이 1249억위안의 자금을 융통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2배나 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금융 업체들이 많은 만큼 실제 사금융 업계에서 융통한 자금은 이 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들어 3차례 기준금리 인상과 6차례의 은행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한 결과 은행에서 돈을 못 빌리는 중소기업들이 사금융을 찾는 횟수가 잦아졌다. 사금융 업체들은 은행 보다 두 배 높은 이자에 자금을 직접 빌려주기도 하고, 은행에서 중소기업들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보증을 서주고 수수료를 챙기기도 한다.
원저우시에서 사금융업체 진마오 보증(Jinmao Guarantee)을 운영하는 다이웨이동씨는 중소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보증을 서준 뒤 전체 대출액의 1~10%를 매년 수수료로 받아 챙기고 있다. 직접 돈을 빌려줄 경우에는 연 15%의 이자를 받는다.
중국 경제는 크게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금력이 풍부한 국유기업과 돈줄이 메마른 민영 중소기업들에 의해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4000만여개의 중소기업들은 중국 전체 고용시장의 80%를, 경제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음에도 자금난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이미 자금을 구하지 못한 광둥성, 저장성 일대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파산했다. WSJ은 근로자 임금 인상과 원자재 값 상승으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국 제조업체들에 사금융은 돈을 구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금융은 동시에 돈 있는 중국 부자들의 투자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6.2%, 예금금리 3.5%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시대에 부자들은 여유 자금을 은행 통장에 넣어 두려 하지 않는다.
중국 중소기업협회의 저우더원 이사는 "원저우 부자들은 이제 더 이상 부동산에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며 "중소기업을 위한 신용보증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의 돈줄 죄기에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 뿐 만이 아니다. 중국의 대형 은행으로 손꼽히는 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등은 자산운용 상품 판매와 신용카드 수수료 수입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익을 남겼지만 대출사업 비중이 큰 일반 은행들은 중앙 은행의 돈줄 죄기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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